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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스갯소리 Jun 18. 2024

골 때리는 풋살

30대 여성의 공 차기

"풋살을 배워보려고."

< 때리는 그녀들> 애청자인 친구가 이제는 자신이 골 때리는 그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풋살 선언을 들은 지인들의 반응은 주로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1. 엥? 풋살?

2. 멋있다! (난 관심없지만 널 응원해)

3. 나도 하고 싶다!

나는 3번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 길로 그녀와 풋살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이름 모를 감독님이 운영하는 픗살장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다. 낮에는 어린이들을, 저녁에는 어른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나와 친구 외에도 풋살을 하리라 마음 먹은 여자들이 열댓명 모여 알게 모르게 서로를 탐색했다. 대부분 초등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로, 나와 친구는 그곳에서 막내였다. 그분들은 아가씨들이 왔다며 우리를 나이보다 더 젊은 사람으로 대우해 주었고 덕분에 오랜만에 막내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


감독님은 유쾌했지만 늘 약간의 과장이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었다. 우리를 개그우먼 축구팀인 개벤져스 팀과 경기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거나, 이 지역을 평정할 수 있게끔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하지 않겠냐고 초보인 우리들의 마음을 부풀리는 말을 많이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마음이 부풀대로 부푼 한 달 남짓이 되었을까, 이후로 감독님의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그는 나이 어린 코치들에게 우리팀 강습을 맡기고 더 중한 일을 하러 다녔다.


부풀대로 부푼 마음은 짜게 식었지만 수업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워밍업으로 구장을 가볍게 세 바퀴 정도 뛰고, 공을 이용해 몸풀기 게임을 한다. 드리블이나 패스 등의 기본기 연습을 하고나서, 팀을 나눠 풋살 경기로 마무리한다. 그 중에서 재미난 것은 당연하게도 경기를 뛰는 이었다. 초등학생 때 피구 이후로 팀 경기를 즐겨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재미와는 별개로 초보인 우리가 경기를 하면 그야말로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꼴이었다. 공이 있는 자리에 올챙이 떼처럼 우르르 몰려가서 공격과 수비에 너무나도 쉽게 공백이 생겼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코치님들의 코멘트를 받아 나중에는 각자의 포지션을 지키고 효율적인 동선으로 패스하는 요령 등을 익혀 갔다.


역시 모든 것이 제3자로 지켜볼 때는 단순해 보여도 직접 해보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축구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여러 방면으로 머리를 굴리면서 경기를 뛰는거구나 싶었다. 경기를 보면서 '이랬어야지~ 저랬어야지~' 훈수 두기는 쉽지만 막상 풀타임 경기를 뛰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인거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는 일은 정말 골 때리는 일이다. 아마추어 여성 풋살 경기에서 골 때리기를 수십 번 갈망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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