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동안 방황한 문과출신 개발자의 회고
"나 현대기아차 썼다. 너는 어디 쓸거냐?"
"나는 현대중공업 썼어".
"아휴 이렇게 바뀔 줄 알았으면 바로 취업할걸 그랬네ㅠㅠ"
대학교 취준생들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L사에 갓 입사한 석사 신입들의 대화이다.
예전에 '전화기' 라는 용어가 있었다. 전자, 화학, 기계가 취업깡패라는 의미였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화기'가 취업깡패라는 유효했다.
하지만 요즘은 컴공의 시대란다. 겨우 5년만에 산업 트렌드가 바뀌었다.
최근 뉴스에서 컴퓨터 공학 입학점수가 의대와 비슷해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현직 개발자인 내가 보기에는 웃음이 나온다.
"주말 출근하고, 야근도 자주 하는 전공이 최고의 전공이 되다니ㅋㅋ"
5년 후엔 어느 과가 비전 있을까?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빠름이다.
2020년 인기학과에 입학한 남자 대학생이라면 군대 갔다와서, 졸업할 즈음에는 그 학과가 인기학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취준생 시절 비슷하게 생존을 고민했다.
문과인 내가 졸업하던 2013년까지는 경영이 인기학과였고, 문과생이라면 다들 상경계열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나 역시도 순진하게 경제를 복수전공했다.
그리고나서 대기업 공채를 오래 기다릴 수 없어 4년 정도 방황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예상치 못한 웹개발자일을 하고 있다.
해외영업에서 시작했지만, 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첫 직장에서 완전 다른 길로 가기에는 경험이 아까워서 프랜차이즈 매장 관리팀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데 쥐약인 나는 매장 관리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적은 교육회사의 온라인 마케터를 했다.
하지만 10, 20대의 변화를 30대 후반 이후에도 따라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어
현재 웹개발자를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이제 삽질 그만하고 정착하자라고 생각했지만 정착하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ㅠㅠ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건, 돈 욕심에서 시작한 직장이었지만, 결국 내가 잘하는 직업을 해야 오래할 수 있다는 것.
한 개인이 5년 후 기술, 산업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명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측도 틀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예측하지 못하는 시대지만, 5년 후에도 사람들은 일을 하고 소비를 한다.
5년 후라고,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취미를 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새로운 기술은 생길지 모르지만,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욕망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은 적다.
또한 나라는 개인은 생각보다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탁월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냥 평범할 뿐이다. 평범하지만 노력하면 평범한 초보, 신입보다는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현대 한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살고 있고, 그 배경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왔기에, 취향이 공통적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좋아해서 지식이 쌓이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나의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