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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fulness May 08. 2020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Lyrics] 1: 이소라 - Track 9

[Lyrics] 1: 이소라 - Track9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고독한 존재다."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는 신혼부부의 삶을 만끽하고 계시는 중이었다. 적어도 17살 뜨내기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여야 할 신혼에서 인간의 고독을 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의 삶을 평생 함께 할 반려자와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행복할 때가 아닌가.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께서 나에게 전달해주셨던 '인간의 고독'에 관한 메시지가 갖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고 있다.


   아마도 그 때 말씀하셨던 고독이라는 관념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로부터 동떨어져 혼자가 되는 것에서 파생되는 '표면적 고독'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라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이면적 고독'을 의미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이소라 님의 Track 9은 나의 인생곡이다.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때는 설움과 애절함이 서려있는 듯한 미묘한 음색에 빠져들었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가사가 던지는 메시지에 다시 한 번 몰입하게 되었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모든 인간은 '나'라는 존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인식하기도 전에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며, 누군가에 의해 지어진 나의 이름은 평생 나의 뒤에 붙어다니는 꼬리표가 된다. 주체성을 갖지 못 한채, 하물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 한 상태로 시작되는 인생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혼자의 힘으로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영유아기를 지나 자신의 힘으로 행위와 사유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우리는 '자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거울 안에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외부의 세상과 대비되는 나만의 관념, 가치관, 사고방식을 구체화해나가는 시기를 거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자의식(自意識)을 이루고 있는 한자의 뜻이 '스스로의 의미를 안다'로 해석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분리된 대상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고독은 출발한다.


그는 호수를 바라보며 고독을 느끼고 있을까.



   고독이라는 단어를 깊게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홀로', '혼자됨', '공허함'과 같은 개인적, 부정적 의미를 가진 관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독은 수의 영역도, 감정의 영역도 아니며, 세상과 분리되어있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Track 9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존재의 인식으로부터 고독을 깨닫게 된 우리는 존재의 허무함을 느끼는 영역으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가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있던 것의 없어짐'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고독은 '없던 것의 있어짐'이 탄생하는 순간에 피어오르던 관념이 아니었나. 자신의 존재를 겨우 인식하게 된 우리가 어느 순간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허무함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형상의 사고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마도 여기서 말하는 있던 것의 없어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없어짐'을 의미할 것이며, 이는 곧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인간관계의 차단 등을 뜻한다. 즉 외로움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나의 존재에서 파생된 것이지, 결코 나로부터 파생된 관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독사회(외부) 속에서의 내 모습(내부)을 인식하게 될 때 발생하는 감정이었다면, 외로움인식된 나의 모습(내부)이 사회(외부) 속에서 사라졌음을 깨닫게 될 때 발생하는 감정인 셈이다.


존재의 허무함은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를 구분해내지 못하는 순간 피어오른다.   


황혼은 양면성을 담고 있기에 아름답다.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고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처음 내가 고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은 외로움이라는 관념을 수식하기에 적합한 것들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는 마치 황혼이 깃든 해질녘의 하늘과 같다. 둘의 경계를 섣불리 분리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상태가 고독함에 해당하는지, 외로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확신에 가득찬 상태로 타인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필자는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한강공원에서 혼자 사색에 잠기는 것을 즐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불빛으로 일렁이는 수면 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생각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말끔하게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군상들 속에서 나 홀로 세상 속에 존재하는 듯한 감정이 치밀 때가 있다. 이는 고독이 필요한 시기에 외로움에 잠식되었기 때문이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제서야 '인간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셨던 선생님의 이면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해야만 하는 존재로 살아갈 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삶이 가진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Track 9 역시 마찬가지다.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다그치며 살아가는 인생을 살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늘 위를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찰나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인생임을 자각한 채로 말이다.



그럼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갈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고독과 외로움의 어딘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그들에게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 고독과 외로움은 인간만이 느끼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혼자됨으로 인한 고통에서 탈출하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를 구분해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고독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느끼는 고독함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한 채 이를 즐기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라 말해주고 싶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외로움이 스스로를 잠식하는 것에서 탈피해 고독함의 영역으로 진입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고독해야만 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이 한없는 외로움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하루 정도는 아무런 제약 없이 세상 속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어볼 것을 권해주고 싶다. 생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무작정 떠나도 좋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향해도 좋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혼자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또한 이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나갈 것을 강조하려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혼자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차근차근 반추해보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렸고, 어떤 것에 거부감이 들었는지와 같이 단순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꾸밈없이 던져보라는 것이다. 마치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의 하나하나가 궁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상대의 고독함을 채워주기 위한 선천적 끌림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독을 즐기는 것에 익숙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저마다의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타인의 지배 아래에 놓인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Full Lyrics of '이소라 - Track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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