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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호 Jul 25. 2021

어떤 여름밤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피할  을 것 같았으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   없다. 어쩌면 힘껏 부딪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리 핸드폰만 쳐다보며 지그재그로 걸어가는 , 동시에 양방향으로 엇갈려 지나치는 자전거, 그리고 행인  사람까지. 개천변의 좁은 산책로 위에는  이상 피할 곳이 없었고 내가 택할 선택지는  가지 정도였다.  소리를 내서 주의를 끌거나, 아님 멈춰 서서 최대한 비켜서거나, 아니면 그냥 돌진하거나. 나는  번째를 택했다. 그의 장바구니가  무릎을 쳤다. 아프지는 않았다. 부드럽고 축축한 듯한 무언가. 반찬거리려나. 나는 두어 걸음 그대로 걷다 뒤돌아서 나조차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핸드폰을 보고 걸어가면 어떡해라고 속삭인다. 그도 뒤돌아서 내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인이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쳄발로 소리 탓에 내용이 들리지는 않는다. 네댓 걸음  걷다가 다시 뒤돌아 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대로 멈춰  있다. 그러나 금방 덤벼들 기색은  보인다. 나도 무시하고  길을 걷는다. 분하지만  이상 어찌할 도리도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


한참 걷다 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당근마켓을 켜서 우리 동네 사건 사고에 울분을 토해 본다. 그동안 산책로에서 줄곧 느껴 왔던 것들… 자전거의 과속, 아이들의 킥보드 질주,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부모들… 산책로 양쪽을 꽉 점령해 걸으며 좀처럼 비켜주지 않는 견주들까지. 소심한 불만을 털어놓아 본다. 곧 댓글이 달린다. 핸드폰 보며 보행하는 것의 위험성에 공감한다고. 나는 누군지 모를 동네 사람의 동의에 약간의 위안을 얻고 집으로 향한다. 더운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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