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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Mar 08. 2023

ON - OFF

일하는 시간, 나를 돌보는 시간.

오늘 아침에 친한 친구이자 창업자가 진짜 열심히 하는 데 성과가 나오지 않아 울었다는 말을 듣고 무척이나 속상하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성과가 안 났다고 눈물이 났을 것이며, 눈물이 날 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 곁에서 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성취를 위해서 더 열심히해 열심히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 그 사람의 그릇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결과가 다르니까 어쩌면 열심히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은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외부적 요소에 따라 결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내가 스스로 떳떳하게 최선을 다해 후회가 남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아마 그 친구는 후회가 없었을 것이다. 울었어도 열심히 했으니 이내 괜찮아질 것이다.


사실 결과는 또 하나의 과정일 뿐 열심히 한 시간들은 내 몸에 어딘가 남아 앞으로의 삶에 잠재적인 가능성이라도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야겠다. 결과가 어떠하든 나의 최선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창업을 하고 처음 2-3년은 거의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을 하다 보니까 나를 돌보게 됐다. 지금은 야근도 최소화하고 주말에 근무는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며 워라밸을 지키고 있다.


생각해 보면 초반에는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든 기회를 잡으려다 보니까 강박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해도 더 마음을 쓰면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해 퇴근을 못했다. 그때 전력질주를 했다면 지금은 지치지 않고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나를 돌봐야 일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통장에 돈이 들어와도 기쁘지가 않았다. 물론 잔고를 보면 안정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숫자로만 보였고 모든 게 불안하고 버거웠다. 잔고와 상관없이 야근으로 찌든 내 삶은 팍팍했다. 그러다 지금은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모든 것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어떤 일을 내일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스위치를 잘 켜고 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할 때는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을 하고, 쉴 때는 일 생각을 최대한 떨치고 쉬는 것이다. 왜 힘들게 깨달은 것들은 이렇게 다 뻔한 것일까. 글로보면 참 쉽지만 겪어보면 쉽지 않다. 쉴 때도 일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고, 일을 할 때도 집중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니까.


지금은 최대한 ON-OFF를 잘 나눠 창업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나를 돌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평일에는 똑똑하게 일하다가도 주말에 캠핑에 가면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강아지들이랑 산책을 하며 지내는 것이 참 중요한 것이다.



ON


일하는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OKR(Objcetive Key Results) 방식으로 3개월에 한 번씩 목표를 세워 핵심 지표 성취에 집중해 효과를 보고 있다. 중요한 것 중에 급한 것은 없고 급한 것 중에 중요한 것은 없다고 OKR을 세워 실행하니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어서 일하는 게 재밌고 핵심 결과는 성과 측정이 가능해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분명한 성취감이 든다. 


팀원들과 목표를 설정해 보는 것에 의미가 있고, 단순히 일을 하나하나 주는 것보다 하나의 목표에 연관된 업무 리스트를 만들면 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를 보고 공감이 너무 많이 돼서 그 책에서 추천해 준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을 읽게 되어 시작했다. 직원들이 OKR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지만 일단 자리 잡고 나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크다.



OFF


예전에는 일이 우선이라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들을 돌보는 것은 항상 뒤로 밀려났다. 운 좋게 성격이 좋은 친구들이 가끔 만난 나의 피곤한 얼굴을 동정하며 관계를 이어나갔기 망정이지. 회사를 다니면서도 창업 초기에도 일은 모든 관계보다 우선시되었다.


그런데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누려야 한다. 다만, 운동은 꼭 해야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을 난 믿는다. 나의 경우엔 독서와 고전 읽기(논어, 대학)를 꾸준히 하고 있는 데, 이게 정말 신기한 게 논어를 읽으면 내가 고민한 것들이 해소가 된다. 한주에 고작해야 몇 구절 읽는 데 그 안에서 답을 찾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마 이런 게 고전의 힘이 아닐까. 굳이 고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꼭 알고 찾고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계속해야 한다. 어떤 걸 깊이 탐구하면 그 안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일하는 시간과 나를 돌보는 시간을 잘 나누고, 가끔 지칠 때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 채 저전력 모드로 헐렁하게 살아가더라도 나 자신을지켜내면서 일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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