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지 Dec 10. 2016

시간에 대한 소심한 반항

생각의 농도에 따라, 기억에 따라.

폼페이에서 로마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쉬운 맘을 담아 쓰는 일기. 2000년 전에 화산재에 덮여 그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폼페이. 박물관에서 유물을 통해서 보는 2000년 전의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2000년 전의 도시로 우리가 들어가 그때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을 담은, 마차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폼페이의 마차길


목욕탕에 있는 사물함의 번호 역할을 하는 조각들(자세히 보면 입고 있는 옷이 모두 달라, 자기 자리를 기억할 수 있다)


평소에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유적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폼페이 여행은 정말 특별했다.

사실 시간은 늘 공평하게 흘러서 우리는 매일 24시간은 살지만 특별한 시간은 분명히 있다. 폼페이에서 보낸 몇 시간은 물리적으로는 채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어쩌면 일을 하며 보낸 일주일보다 농축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발사믹 식초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시간에 의해서 그 농도가 진해진다. 25년을 보내며 농축된 발사믹 식초는 그 시간을 담아 끈적하고 질 좋은 발사믹 식초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발사믹 식초는 자유의지가 없기에 오로지 시간에 의해서만 물리적으로 농도를 더해 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니 우리는 누구나 생각의 농도에 따라 행복의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그 기억을 농축하고 희석시킬 수 있다. 폼페이에서의 하루는 분명 짧았지만, 폼페이에서의 기억은 충분히 농도 있는 행복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파리의 야경을 보다 문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