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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Mar 24. 2021

금쪽같은 내 송아지

(feat. 에스와티니)

송아지 한 마리가 취약계층의 생계를 돕는다는 후원 광고를 보신 적 있나요? 맞습니다.     

 

자립기반이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송아지 지원은 해외에서 현지 농업의 보조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는 사업이랍니다. 암소의 경우에는, 새끼를 낳으면 다른 가구주들에게 분양하여 농업 활동에 쓰거나 수익 증대를 위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더 라이트 핸즈의 에스와티니 송아지 지원 사업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어린 송아지를 농가에 제공해서 살찐 육우로 키운 후, 소득 창출을 위한 도축용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죠. 무상으로 제공한 송아지 판매금의 원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원주인에게 주어 그들이 다시 송아지를 기르도록 합니다.      

저희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가인 에스와티니의 인구는 120만 명이며, 소(송아지)는 60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모든 가정들이 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부농들이 소유한 소의 수가 매우 많습니다. 더구나 에스와티니의 육우는 품질이 우수하여 남아공, 모잠비크 그리고 유럽(프랑스, 노르웨이)에서 최고 가격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에스와티니 한국 교민들은 한국에 와서 한우를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에스와티니 육우의 품질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뜻이겠죠?

축산 관련 프로젝트를 현지인들과 처음 상의했을 때, 대부분이 현지인 가정에 분양하여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공짜로 받은 송아지이기 때문에 대충 관리해서 프로젝트를 실패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송아지를 도둑맞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동 부지 한편에 직접 축사를 지어 모두가 함께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책임 순번제를 정하여 하루 당번을 정해서 사료를 먹이는 것이죠).     


공동축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송아지가 병에 걸리면 농림부 수의보조사에게 즉시 연락해서 필요한 약품이나 주사를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송아지를 분양받은 지역주민이 경비를 서고, 밤에는 저희가 고용한 경비가 축사를 지킵니다(졸음을 잘 이겨내길 바라야죠^^). 문제는, 소에 대한 현지인들의 재산 관념이 전통적으로 워낙 강해 송아지를 팔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역시 점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익이 발생하게 될까요? 에스와티니에서의 송아지 구입 비용(100kg 기준)은 5,000~6,000R(35만 원~42만 원)이며, 4개월~6개월간 키운 후 약 10,000~12,000R(70만 원~84만 원)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집 주변에서 송아지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여름을 제외하고서는, 계절에 따라 건초를 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6개월 건초 가격: 15만 원). 6개월 후 200킬로가 넘는 소를 매매하면, 농가에는 80여만 원의 판매 수익(현금)이 발생합니다. 소는 하루에 7kg~10kg의 사료와 건초를 섭취하고 (생각보다 정말 많은 양을 먹죠?) 매일 1kg씩 살이 찐다고 하네요. 송아지를 가두어서 키우는 것이 아닌, 방목 형식으로 키우다 보니 육질이 더욱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에스와티니는 유럽의 수출 쿼터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수출을 위한 도축을 적극 권장하고 축산 가공 산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타 저희의 송아지 지원 사업이 점점 더 많은 수의 에스와티니 농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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