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Right Hands May 04. 2021

현장에서의 자립에 대한 기준과 출구전략

수많은 단체들이 해외 곳곳 이슈가 머무르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재원이 투입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 가득 담겨 있는 에너지와 사명은 그들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일일이 평하기 주저하게 만든다. 우리는 늘 고민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출구전략, 자립은 어떤 의미일까?’, ‘수치로 측정 가능할까?’, ‘개발학 공부를 하다 보면 각종 지표를 열거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짜내던데, 그 전략이 수혜자의 삶에 과연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각종 지표의 최상위에 속하는 삶의 질의 향상이란 무엇일까?’.


‘지속성 확보’, ‘자립성 강화’라는 단어는 모든 공모 사업 제안서에 키워드처럼 따라붙기도 하지만, 매번 우리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끔은 실무자인 우리들의 삶에 지속성을 마련하기도 벅찬데 먼 타지 수혜자들의 지속성과 자립을 도모하고 있다는 웃기고도 슬픈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이자 가치를 증명하고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현실에 마주치게 된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이렇다. 그들의 문화와 사회적 관습은 자립의 기준을 조금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긴급한 지원이 요구되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영위할 수준이 되고, 농작물의 수확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 해당 가정에 대한 지원은 종료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도와주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베트남의 정서이다. 따라서 베트남은 동남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자립의지가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을 조금 더 도와주어야 되지 않나 싶을 때가 지원을 종료할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베트남에서는 말이다. 장기적인 외부 재원의 지원이 결코 수혜자에게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빈곤 가정의 경우에는, 자립이 상당히 거리감 있게 느껴진다. 그들에게 자립이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 번은 경험하고 싶은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실무자 입장에서는 국가와 빈곤의 정도, 가정의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의 종료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교과서에 나와 있는 무의미한 이야기처럼 우리는 수혜자의 자립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산출해 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다. 



송아지를 한 마리 분양해 준다고 그 가정의 자립이 완성될까? 공동체(조합)를 구축시켜준다고 빈곤가정이 성장기반을 잡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사업을 실행해 보고 다른 사업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았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실무자가 얼마나 촘촘히 그 사업을 관리하고 깊이 있게 관여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나게 된다. 국제개발협력에 임하는 실무자는 행정의 수고에 길들여져서 사업 기획, 송금, 중간보고, 결과보고, 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익숙하지만 그 외의 실무적인 부분, 즉 사업의 모니터링 및 수혜자의 질적, 양적 성장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모든 것을 수치로 가늠하고, 기관에서도 수혜자를 ‘1’이라는 수치로 환산하기에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아동결연을 통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그 가정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전제조건이다. 졸업 이후에도 그 가정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빈곤의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할까? 식수를 지원하여 수인성 질병(설사)을 줄여 가정 내 의료비 지출을 감할 수도 있다. 농업개발을 도모하여 생산량을 증대할 수도 있다. 빈곤은 다양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그 출구를 모색하는 것에도 다양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단순한 사고만으로는 단 한 가정에게도 빈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종속에 대한 개념을 국제정치학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익히 들어왔다. 그렇기에, 수혜자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지 않고 자립을 도모하도록 하기 위해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우리는 매번 실수를 하고 만다.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업의 규모와 섹터를 평균화하여 모든 지표를 동일시한다. 국가마다, 민족마다, 지역마다 모든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획일화 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화장실을 지어주면 그곳을 매일 사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보건소를 지어주면 보건시설을 상시 이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동급식을 지원하면 아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사고에서 기인하는 착각이다.



자립을 도모하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지표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더욱 질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고 더욱 공신력 있는 객관적인 평이 요구된다. 때로는 지역 협의체의 의견도 경청해야 하고, 실제 수혜자 가정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국제개발학에 관심 있는 여러분은 이러한 노고를 사명처럼 이해하고 실천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사의 자질을 논할 때 역량이나 지위 등을 열거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긴급 콜이 울리면 모든 일을 제치고 환자에게 달려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실무자 스스로 본인의 지표를 가지고 의미를 되새기며, 모든 국가 및 사업 영역의 다름을 이해한 후 지표를 점검하고, 질적 평가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기준에서 자립을 측정하고 가늠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금쪽같은 내 송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