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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Sep 01. 2021

영화 <기적>

#사적인영화41:기차역을 둘러싼 놀라운 비밀과 기적

* 이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아 작성되었습니다. 



9월 15일 개봉 영화 <기적>은 누나, 보경(이수경)의 손을 꼭 잡고 낭떠러지 벼랑 끝에 걸린 철도길을 걷는 어린 준경(박정민)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 뒤로 준경은 청와대에 기차역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쉬지 않고 보낸다. 1986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준경은 어김없이 54번째 편지를 보내고, 같은 반 여학생 라희(임윤아)와 만나게 된다. 준경이의 비범함(?)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라희는 그와 친해지기 위하여 기차역 만들기 프로젝트에 합류,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펼쳐진다. 맞춤법 공부, 장학퀴즈 테스트, 대통령배 수학경시대회 응시, 서울 상경 등등 오로지 기차역을 세우기 위한 준경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더 큰 '기적'은 기차역과 관련된 비밀이 밝혀지며 펼쳐진다. 




기차역이 유일한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와 기관사 아버지, 행동파 뮤즈와 츤데레 누나까지, 4인 4색 개성과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준경의 꿈은 오직 기차역을 만들어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 하나뿐이다. 재밌는 지점은 준경이가 툭하면 지각을 일삼고 어리버리해 보여도 숨겨진 4차원 수학천재라는 사실이다. 맞춤법도 틀려 번번이 라희에게 혼만 나는 현실 바보이지만, 그의 남다른 면모를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 또한 라희다. 라희는 '뮤즈'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준경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한다. 한편, 누나 보경은 준경을 유일하게 믿고 응원해주며, 원칙주의자 기관사인 아버지 태윤 또한, 못마땅하게 여기던 준경을 조금씩 이해하며 힘이 되어준다. 영화 <기적>은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을 통해 놓칠 수 없는 재미는 물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박정민X이성민X임윤아X이수경의 신선한 조합이 완성한 빛나는 앙상블 캐스팅의 기적


준경을 연기한 '박정민', 아버지 태윤을 연기한 '이성민', 라희를 맡은 '임윤아', 준경의 누나 보경 역의 '이수경', 이 밖에도 낯익은 명품 조연들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다. 역대급 변신을 이어온 박정민,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 충무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임윤아, 탄탄한 영화 필모를 자랑하는 이수경까지, 연기력은 물론 개성과 매력까지 고루 갖춘 배우들의 신선한 만남은 기대감을 높인다. 이중에도 이수경 배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누나 역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어 눈여겨 볼만하다. 준경과의 통통 튀는 현실 남매 케미는 웃음과 동시에 끈끈한 형제애를 선보인다. 또한, 임윤아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찰진 사투리 연기는 물론,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영화 내내 준경과의 풋풋한 첫사랑을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B|ack To 1980's, 그 시절 그 감성을 담아낸 따스한 볼거리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은 섬세한 프로덕션 


<응답하라, 1988>처럼, 80년대 키드라면 보기만 해도 추억이 방울방울 해진다. 배경으로 보여주는 80년대 소품과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따스한 감성을 증폭시킨다. 카세트테이프, VHS, 문방구 앞 전자오락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떡볶이 가게, 헌책방 등등 이밖에도 지도책을 포함하여 제작진이 직접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구했다고 하는 빨간 공중전화기와 우체통까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향수를 자극한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불법 비디오 광고 예고편 또한 재밌는 포인트다. 그리고 편지. 그 시절에는 하루 종일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쓰곤 했었다. 준경이 편지를 쓸 때마다 사각사각하는 연필 소리가 그때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싶은 향수를 자극하는데, 우리가 현재 잊고 있는 모습들을 영화가 직접 소환해낸다. 




작은 삽질에서 시작된 가장 큰 기적, 2021년 가장 큰 웃음과 감동의 <기적>


석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기적>은 전체적으로 유쾌하며 감동적이다. 안전하게 주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기차역을 만들기 위하여 단절된 세상을 빠져나와 소통하려는 준경의 노력이 마음을 끈다. 또한, 라희와의 교감을 통해 사랑에 눈 뜨고, 꿈을 향한 집념과 의지를 통해 준경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훌쩍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 힘겨운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싶어지는 영화 <기적>은 보는 이에게 특별한 위로와 힘을 건넨다. 특히, 기차역을 둘러싼 비밀이 펼쳐질 때, 이 영화는 더욱 빛을 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GNxA4IDSyQ&t=4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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