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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ep 04. 2023

일관성의 기술

제 4장.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일관성이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없다’라는 피드백은 디자인에 질서와 규칙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어떠한 개념에 접근할 때 나는 항상 사전에서 명확한 의미를 먼저 찾아본다. 그렇다면 일관성을 사전은 어떻게 정의할까? “하나의 방법이나 태 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성질.” 그렇다면 일관성은 변하지 않는 질서 또는 반복되는 규칙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3년 애플 디자인 어워드 우승 앱인 야후의 날씨 앱이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됐었다. 당시 야후의 날씨 앱은 굉장히 유니크했다. 날씨와 장소를 고려해 그 지역의 실제 사진을 제공했다. 사진 공유 플랫폼인 플리커 Flickr 사진을 실제 유저들이 올린 이미지 그대로 따로 가공하지 않고 활용했다. 플리커에 올라오는 사진은 수준이 높다. 사용자끼리 경쟁 심리 가 있어 최상의 사진만 올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날씨 콘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됐을 때는 iOS의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UI 스타 일을 iOS 그대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그때 구글의 한 디자인 리더가 그 부분을 지적하며 일관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물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일관성이란 강한 속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야후의 날씨 앱은 매우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안드로이드 디자인 일관성에 위배된다. 안드로이드 가이드에 맞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때는 구글의 머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 이 발표되기 전이었지만 개발 가이드는 존재했다. 그가 지적한 것은 디자인 퀄리티가 아니라, 배포한 생태계의 일관성을 따랐는지 아닌지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일관성을 지적했을까?





일관성 유지의 이유






일관성과 패턴

일관성은 변하지 않는 질서 또는 반복되는 규칙이다. 한마디로 패턴이다. 우리는 패턴 속에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패턴이 있고 최적의 패턴을 찾아 살아간다. 디자인도 패턴이 있다. 그것은 일관성이다. iOS만의 UI 패턴, 즉 일관성이 있는 반면 안드로이드 UI 스타일에도 패턴이 존재한다. 과연 iOS의 UI 스타일을 안드로이드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사용자는 자신의 OS 패턴에 익숙하다. 익숙한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항상 위치했던 곳에 버튼이 없거나, 동작 패턴이 바뀌면 당연히 사용성은 떨어진다.


나는 항상 7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지하철로 출발한다. 평일 출근 패턴이다. 간혹 30분에 지하철로 출발했지만 놓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면 그날은 출근 패턴이 깨지게 된다. 40분에 오는 지하철을 놓친다는 의미고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 또한 늦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하루의 패턴이 몽땅 깨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패턴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패턴의 가장 큰 장점은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예상 가능해야 한다. 디자인에서 패턴이 깨진다면 사용자는 혼란을 느낀다.




일관성과 사용성

음료수의 뚜껑은 왼쪽으로 돌리면 열리고 다시 반대로 돌리면 닫힌다. 음료수를 열고 닫는 방향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일단 음료수의 뚜껑을 잡으면 무의식 중에 왼쪽으로 돌린다. 일관성의 강력한 힘이다. 일본 자동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한국과는 반대다. 한국 운전자가 일본에서 주행할 때 역주행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 또한 일관성의 속성 때문이다. 이렇듯 일관성이 깨지면 사용자는 혼란에 빠진다. 디자인에서 일관성을 고민하는 이유는 사용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iOS 앱을 디자인할 때 iOS의 아이콘을 그대로 사용하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정말 새롭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후자의 경우 의미를 재해석하고 새롭게 디자인을 해야지 제공하는 리소스를 그대로 쓰는 일은 부끄러운 짓이라 주장했다. 열정에는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일관성이란 속성을 감안하면 어떨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사용성과 연관되는 일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 좋다. 모든 앱마다 공유 아이콘의 스타일이 다른 이유는 후자의 디자이너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일 때문에 사용성이 현저히 떨어지진 않겠지만, 그런 디자이너가 음료수 뚜껑 여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디자인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서 수출용 차량은 운전석을 오른쪽으로 제작할까? 수입하는 나라의 일관성에 맞게 운전석의 위치를 고려한다. 사용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운전석을 오른쪽으로 제작한 차량을 그대로 수출했다. 그 차로 하이패스 없이 톨게이트에서 통행요금 계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일관성 있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일반적인 방식은 차별점도 아이디어도 없어 보인다. “일반적인 방식은 똑같아서 차별성이 없어 보이겠지? 그럼 우리는 반대로 간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적인 방식을 벗어나는 시도는 마치 음료수 뚜껑방향을 반대로 디자인하는 일과 같다. 뚜렷한 이유와 전략 없이 일관성을 벗어나려 하면 매우 큰 위험을 동반한다. 바보도 아니고 그런 디자이너가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실무에서 자주 목격하는 상황이다.


부분만을 보게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일관성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 또한 차별성은 일관성의 반대가 아닌 일관성 유지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전략과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지루하거나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고 무턱대고 변경할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관성은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늘지 않는 디자인 중에서...]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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