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색'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한 빛의 파장일까, 아니면 감정과 연결된 경험일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두 인물이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한 사람은 과학의 아이콘 아이작 뉴턴, 다른 한 사람은 문학과 인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다. 한 명은 자연 상태 외부(물리)에서 한 명은 인간의 내면(감정)에서 색을 정의한다.
색은 물리일까?
감정일까?
1700년대 초, 뉴턴은 프리즘 실험을 통해 백색광이 여러 색의 스펙트럼으로 나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에게 색은 빛의 속성, 정확히는 파장에 따라 나뉘는 물리적 현상이었다. 이 접근은 이후 컬러 사이언스, 디지털 영상 처리, 인공조명 등 기술 분야의 기초 이론이 되었다. 현대의 색 공간(RGB, CMYK 등), 광학 기기, 화면 캘리브레이션 같은 기술은 뉴턴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괴테는 달랐다. 그는 뉴턴의 이론을 비판하며 《색채이론》(1810)을 펴냈다. 괴테에겐 색은 단지 파장이 아니라 인간의 지각과 감정, 심리의 언어였다. 예를 들어 노랑은 밝고 생기를 주며, 파랑은 차분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오늘날 '색채심리학(color psychology)'이라 불리는 분야의 씨앗이 되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현상은 진리가 아니다. 당시 괴테의 색채학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 괴테는 직관에 의존했고, 뉴턴은 이성에 의존했다. 이 둘의 색에 대한 해석은 충돌을 일으켰으나 이후 사람의 내면 즉, 감정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관점이 들어서면서 괴테의 색채학은 후에 색채심리학의 기반이 된다.
오늘날 색채심리학은 이 두 관점의 균형 위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색을 다루고, 다른 한쪽에서는 색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예컨대 빨간색은 흥분, 경고, 열정을 유도하고, 파란색은 안정감, 신뢰, 차분함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경향성은 괴테의 직관을 실증 연구로 뒷받침한 결과다. 동시에 이런 색들을 '정확히 구현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뉴턴의 물리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뉴턴이 색을 쪼개고, 괴테가 그것에 감정을 입혔다. 현대 색채심리학은 그 두 사람 사이 어딘가에 있다. 색은 더 이상 빛만도, 감정만도 아니다. 그것은 지각, 기억, 문화, 맥락이 교차하는 통합적 경험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색은 눈의 고통이며, 동시에 그것의 기쁨이다.”
이는 색이 시각적인 감각을 자극하여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한 문장은 오늘날 색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통찰이다.
색을 다룬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것이 색채심리학이 예술가, 디자이너, 마케터, 심리학자 모두에게 매혹적인 이유다.
어떠한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성과 감정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이 둘의 교차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