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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세 Mar 11. 2016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나에 대한 인식은 주변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생겨난다. 우리가 고개를 돌릴 때 주변의 풍경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 주변의 풍경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그 변화를 일으킨 원인으로서 ‘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모든 태아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내가 움직여서 풍경이 달라지는 것인지, 풍경이 움직여서 풍경이 달라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와 주변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사물로부터 독립된 '나'를 인식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사랑도, 결국 나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해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주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존재는 사실상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다. 반면 가벼운 미소 한번, 눈길 한번만으로도 주변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는 그런 변화 덕분에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다. 주변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좋은 직장, 많은 돈, 예쁜 외모, 즉 다른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항상 시대마다 그 시대를 지배하는 사회적 가치가 생겨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회적 가치가 지배적일 수록 사회적 성공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사회적 가치가 지배적일 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고유한 나,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나를 잃어버린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나를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사회적 성공은 개인이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탁월한 사냥실력을 타고난 사람은 현대사회에서는 큰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기회를 얻기도 어렵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수렵사회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고, 재능을 발견할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가 어렵게 얻어낸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실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아름다운 미모도 사라지고, 좋은 직장에서도 쫒겨 난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아프리카에 근무하는 은행장을 순식간에 실업자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사전에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 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로부터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을 버리고 나 스스로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인 기준으로 내 존재의 필요성을 평가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새운 기준으로 내 존재의 필요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고 소수의 주변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에 만족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낼 때 비로써, 우리는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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