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세 Sep 09. 2017

아무렇지 않은 아버지의 죽음

 몇일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내 마음은 아무렇지 않다.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의 죽음처럼 내 마음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아마 내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더라도 이렇지는 않았으리라. 아마도 그 친구의 슬픈 모습을 보고 나도 슬퍼졌을테니까.

 나의 아버지는 모든 이에게 없는 것처럼 여겨지길 원하는 분이었다. 대학을 나왔음에도 경제생활을 하지 않으셨다. 당시의 대학교 졸업장은 지금과 가치가 달라서, 당신이 원하기만 했다면 사회적 성공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설사 아버지가 정치에 능숙하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아버지는 그 어떤 사회적인 가치도 따르지 않으셨다. 돈도, 직업도, 존경도. 그래서 가족에 대한 의무도 없었다. 그의 삶이 너무 일관됐고, 다행히도 어머니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주셨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많이 미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랑할수도 없는 것이, 일평생 자식이 존재의 이유였던 어머니를 힘들게 했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관되게 그를 없는 사람처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나 궁금해지는 것은, 아버지가 베트남 참전을 했다는 사실이 시회적 가치에 대한 그의 회의에 영향을 미쳤는지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무엇을 보았고 그것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알 방법이 없어졌다.

 아버지는 혼자 지내시다가 쓸쓸하게 돌아가셨다. 그래서 친척들은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아버지가 그 나름의 방식대로 잘 살다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삶대로, 마치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아버지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셨다. 잠시 이 세상에 다녀간 사람처럼.

작가의 이전글 언젠가 돈대신 사랑이 화폐가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