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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부인 Apr 21. 2022

첫째들은 절대 못 하는 것





 "니가 어릴 때 그랬겠지."

 둘째의 행동과 사고방식 대부분이 내 유전자에서 기인하는 것을 아는 남편이 추측해본다.


 "아니 절대!"

 정말 좋아하고 친했던 선생님들을 떠올려봐도 포옹을 한 적은 없다.


  "근데 1학년 방학 때 같은 아파트 사는 담임선생님 댁에 혼자 놀러간적은 있다. 전학 앞두고."


 아마도 너무너무 좋아했던 선생님에 대한 최대한의 애정표현이었을 것이다. 가서 뭐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친구나 선생님들에 대한 거리낌 없는 애정표현.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달려가서 끌어안고, 그렇게 정을 내고 다닌다. 붙임성이 좋다고 할까? 남녀불문 친구들하고도 쉽게 친해지고,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서너살짜리 아이들을 전담마크하며 한시간이 넘도록 잘 놀아줘서 감사인사를 받은 것도 여러번.


 둘째 빼고는 셋 다 맏이인 우리집에서, 둘째는 세상 신기한 존재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어떻게 선생님한테 저렇게 반갑게 안길 수 있지? 어떻게 친구들이랑 저렇게 자연스럽게 끌어안는거지? 심지어 어떻게 작년 담임선생님 핸드폰 번호까지 받아온거지?(엄마들도 모르는 선생님 번호를!)


 남에게 폐 끼치거나 부담 주지 않는 것을 중시하는 독립적인 맏이들은 애정표현조차도 참 조심스럽다. 어릴 적 마음껏 애정과 애교를 뿌리고 다녔던 남동생을 보았던 시선이 이제 우리집 둘째를 향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조금은 부럽고, 저래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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