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오늘도 논둑을 손 보신다고 포클레인을 끌고 나가셨다고 한다.
멀리서 보니 포클레인에서는 흰 연기가 나고 있었다.
가서 보니 엔진이 안 걸린다고 하신다. 몸도 힘드신데 뭐 하러 나오셨냐고 하니 논으로 물이 안 들어가서 논둑을 손봐야 한다고 하신다.
오빠 오면 하라고 하니 오빠는 못 한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아흔둘 오빠는 예순둘이다.
정년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집을 짓고 있는 오빠, 그 오빠가 들어오면 먹고살 수 있도록 한동안 비워져 있던 축사를 손 보시고 소를 들여놓고, 태양광을 설치하시고 귀향할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준비는 계속되었다.
앞서 가시던 아버지 숨이 가쁘다고 하셨다. 그래 숨도 가쁜데 나오시지 말라고 하니 아무 말씀이 없이 걸어가신다. 등은 굽고 어깨는 축 처진 아버지의 뒷모습.... 무엇이 당신을 저리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