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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서 '창의성'을 찾다

AI가 버린 패턴 밖 데이터에서 창의성을 발견하다

by 피부치

AI가 '버리는' 것에 주목하라

요즘 AI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럴듯한 인사이트를 내놓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AI가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AI가 '쓸모없다고 버리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AI는 학습할 때 효율성을 위해 통계적으로 드물거나 패턴에서 벗어나는 데이터들을 노이즈로 취급한다. 당연한 과정이다. 문제는 바로 이 'AI 입장에서 쓸모없는 데이터'들이 사실은 혁신의 씨앗일 수 있다는 점이다.


창의성과 AI, 왜 만날 수 없을까

여기서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창의성이라는 건 결국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거잖나? 그런데 AI는 '지금까지 있던 것들의 패턴'을 학습해서 작동한다.

좀 웃긴 상황이다. 창의성은 패턴을 깨는 건데, AI는 패턴을 찾는 게 본업이니까. 마치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가려는 것 마냥 어색하다. 그럼 AI로는 절대 창의적인 걸 할 수 없는 걸까?

그런데 생각을 좀 바꿔보니 답이 보였다. AI가 '패턴이 아니라서' 버리는 바로 그 데이터들 말이다.


AI가 '이상하다'고 버린 아이디어들

생각해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원래 희귀한 것이다. 만약 어떤 아이디어가 데이터에서 자주 등장한다면? 그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본 뻔한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AI가 '이상해서' 버리는 극히 드문 패턴들이야말로 아직 아무도 제대로 탐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일 수 있다. 그러니까 AI가 버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창의적일 수 있는 이유인 셈이다.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말로만 하면 뭔가 허황되게 들릴 수 있으니,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넷플릭스 이야기부터 해보면, 1990년대 말에 DVD를 우편으로 보내서 대여해주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 비디오 대여업계 데이터를 보면 고객들은 당연히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매장을 선호했다. 'DVD를 우편으로 받아서 며칠 뒤에 본다'는 행동은 AI가 봤다면 100% 이상한 아웃라이어로 분류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이상한' 아이디어에서 구독 모델이 시작됐다.

에어비앤비도 비슷한 케이스다. 숙박업계에서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데이터를 보면 명확했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서비스가 일정한 곳. 그런데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자기'라는 건 전체 데이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배낭여행객 몇 명만 하는 괴상한 행동이었다. AI 시스템이 이런 데이터를 봤다면? 당연히 쓰레기통 직행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가 공유경제의 출발점이 됐다.

테슬라는 좀 더 극단적이다. 2000년대 초에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라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사람들은 성능, 편의성, 가격을 봤는데 전기차는 이 모든 면에서 말이 안 됐다. 통계적으로는 완전히 무의미한 선택지였던 거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무의미한' 0.01%의 목소리에서 미래를 봤다. AI가 당연히 무시했을 그 신호에서 말이다.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 협업의 새로운 모델

그렇다면 AI의 패턴 인식 능력을 포기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다. 핵심은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AI는 일반적인 패턴을 찾아내고 기초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며, 인간이 놓치기 쉬운 미묘한 상관관계나 트렌드를 포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반면 최종적인 인사이트 도출, 특히 기존 패턴을 깨뜨리는 혁신적 아이디어의 발굴은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인간은 직관과 상상력, 그리고 맥락적 이해를 바탕으로 AI가 버린 아웃라이어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봤다.

첫 번째, AI가 제거한 데이터들을 따로 모아두는 것이다. AI가 패턴 분석하면서 '이상하다'고 버린 것들, 특히 0.1%도 안 되는 극소수 행동들을 별도로 보관해보자. AI 입장에서는 노이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조기 신호일 수 있으니까.

두 번째, AI가 '관련 없다'고 한 것들을 다시 봐보자. AI는 통계적 상관관계가 약하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숫자로는 약해 보여도 맥락상으로는 의미있는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직감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 번째, 극단값들로 시나리오를 짜보는 것이다. 평균이나 중간값 말고, AI가 이상치라고 분류한 극단적인 값들을 가지고 미래를 상상해보자. 지금은 소수의 행동이지만 나중에는 대세가 될 수도 있는 변화의 신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AI와 인간, 서로 다른 역할

정리해보면 이런 것 같다. AI는 여전히 패턴을 찾는 일에 최고다. 하지만 동시에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찾는 데도 유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AI가 효율적으로 패턴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아웃라이어들도 골라내고, 우리 인간은 그 버려진 것들 중에서 정말 의미있는 기회를 찾아내는 거다.

핵심은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빈도가 낮다 = 가치없다'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AI가 쓸모없다고 한 데이터가 사실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보석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AI는 창의성을 죽이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창의성을 키워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AI가 알려주는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라, AI가 무시해서 '아무도 가지 않게 된 길'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길에서 진짜 혁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주)아이디이노랩의 페르소나모델링 기반의 비즈니스 전략 AI (www.iknowyou.kr) 개발과 밀접한 이론적 연관성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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