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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야, 너 디자인 몰라도 너무 몰라!

디자인 버티컬 AI가 필요한 진짜 이유

by 피부치

"미안, 나 어제 얘기한 거 하나도 기억 안 나"

며칠 전, 새로운 AI 디자인 툴을 써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열정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해 토론했건만, 다음 날 다시 물어보면 "죄송해요, 어떤 브랜드 말씀하세요?"라며 멀뚱멀뚱 바라보는 AI.

정말 똑똑한 친구인데, 왜 이렇게 건망증이 심할까? 이게 바로 현재 대부분의 AI 디자인 도구들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다.


교과서만 읽고 온 AI의 한계

AI 디자인 도구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 답답함이 있다. 포스터 디자인을 요청하면:

"시각적 계층구조를 고려해서 제목을 크게 하고, 대비를 통해 가독성을 높이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 그런 건 디자인 101 책에서 봤어.'

여기서 깨달은 게 있다. 현재 파운데이션 모델들은 일반적인 디자인 원칙만 학습했지, 진짜 전문가들의 노하우는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웹에 공개된 평범한 디자인 예시들, 기본적인 색채 이론, 레이아웃 법칙들... 이런 '교과서적 지식'으로는 실무의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AI가 모르는 진짜 디자인의 세계

25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조사 결과, 디자이너들이 AI를 주로 아이디어 생성 정도로만 활용한다고 한다. 왜일까?

AI가 학습한 건 인터넷에 널린 '평균적인' 디자인들이기 때문이다. 진짜 전문가들의 작업 과정, 클라이언트와의 수십 번 피드백을 통해 다듬어진 최종 결과물, 실패했지만 값진 교훈을 준 시안들... 이런 '진짜 디자인 데이터'는 AI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숨어있다.


예를 들어보자:

나: "한국 전통찻집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줘" AI: "차분한 갈색과 베이지 톤으로..."

AI는 '전통찻집 = 갈색'이라는 뻔한 공식만 안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라면 "MZ세대가 SNS에 올리고 싶어 하는 전통찻집은 어떤 색감일까?", "기존 찻집들과 차별화하면서도 '전통'의 본질은 어떻게 유지할까?"를 고민할 것이다.


함께 기억을 쌓는 파트너가 필요해

생각해보니 내가 AI에게 바라는 건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키워나가는 진짜 파트너였다.

디자인에서 진짜 중요한 건: 브랜드 DNA에 대한 깊은 이해, 클라이언트 취향의 점진적 학습, 프로젝트 진화 과정의 추적, 업계 맥락에 대한 센스. 이런 것들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쌓여가는 맥락적 지혜에 가깝다.


전문가 데이터로 무장한 버티컬 AI

Adobe 조사에 따르면 전문 디자이너의 70% 이상이 AI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일회성 도우미" 수준이다.

해결책은 전문가들의 진짜 노하우를 학습한 버티컬 AI에 있다고 본다:


현재 파운데이션 모델이 학습한 것들:

웹에 공개된 평범한 디자인 샘플들

기본적인 색채 이론과 레이아웃 법칙

일반적인 디자인 원칙들


버티컬 AI가 추가로 학습해야 할 전문가 데이터:

수상작들의 컨셉 개발 과정과 디자이너 인터뷰

유명 브랜드들의 리뉴얼 전/후 비교와 전략적 판단 근거

실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의 피드백 히스토리

업계별 제약 조건과 성공/실패 사례 분석

문화적 맥락이 반영된 지역별 디자인 선호도


이런 "현장의 지혜"가 더해져야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진짜 전문가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전문가처럼 생각하는 AI"를 꿈꾸며

최근 'Sleeptime Compute'라는 기술이 등장했다.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학습한다는 개념이다.


만약 이런 기술을 통해 전문가들의 실제 작업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등장한다면:

AI: "전통찻집 프로젝트네요. 최근 '대림미술관 카페' 사례를 보니,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때 젊은 층 반응이 좋았어요. 목재 텍스처는 유지하되, 네온 컬러 포인트로 SNS 친화적인 요소를 더해볼까요?"

나: "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거구나!"

AI: "네, 그리고 이 업종은 보통 3-4차 수정을 거치니까, 일단 2-3가지 방향성으로 시안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대화가 가능하려면, AI가 단순한 '색깔 조합'이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까지 이해해야 한다.


결론: 전문가 데이터가 답이다

결국 내가 AI에게 바라는 건 더 똑똑해지는 것을 넘어서 더 전문가답게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파운데이션 모델들은 인터넷에 널린 '평균적인' 디자인만 봤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는 깊이 있는 노하우다. 왜 이 색을 선택했는지, 어떤 실패를 통해 이 해법을 찾았는지, 클라이언트는 보통 어떤 지점에서 망설이는지...

그러려면 범용 AI에 전문가들의 실제 작업 과정과 판단 근거를 학습시킨 버티컬 AI가 절실하다. 단순히 기억을 쌓는 것을 넘어서, 진짜 전문가처럼 사고하는 AI 말이다.

AI야, 제발 교과서 속 뻔한 답변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된 진짜 전문가의 조언을 해줘. 그래야 함께 멋진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이 글은 작업 특화 취약성(Task-Specific Brittleness), 파괴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이라는 LLM 파운데이션 모델의 문제와 디자인분야에서 버티컬 AI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서 글의 초안은 제가 잡고, 형식은 LLM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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