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장롱면허, 운전연수 vs 렌트
2018년 어느 날, 25살이던 나는 차를 살 것도 아니었는데 운전면허 취득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계속 오른다고 하는 말에 면허를 따버렸다. 한 번에 보란 듯이 따놓고 운전을 할 기회가 없었다. 아니 운전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작년에 입사를 하면서 출장을 갈 일이 정말 많아졌다. 땡볕에 돌아다니기 위해 양산을 샀고, 장마를 뚫고 다니기 위해 레인부츠를 샀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나 입사 초반이라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돈을 모아가고 있는 중에 올해 중순,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고 이곳저곳 근교를 다니다 보니 차의 편리함을 더 크게 느꼈다. 마라톤 대회를 갈 때도, 데이트를 할 때도, 출퇴근을 할 때도, 출장을 갈 때도 요긴하게 잘 쓰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 어떤 차를 살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됐다. 확실히 차가 있어야 운전이 능숙해질 거고, 운전이 하고 싶고 필요한 이때 운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는 운전이 무서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중고차를 살까 고민하며 운전 연수부터 시작 했다.
나는 6년 전에 다녔던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다. 연수 시간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서 6시간만 받기로 했다. 1시간에 44,000원이었는데 그 학원 졸업생이면 4,000원을 할인해 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합 240,000원을 결제했다. 주말을 이용해 2시간, 4시간 2주 동안 이틀에 나눠 연수를 받았다. 첫 2시간에는 포천의 운악산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그리고 두번 째 시간에는 기본 조작법을 처음에 배워야 하는데 안 배웠다며 기본 조작법을 배우고(순서를 거꾸로 배웠다) 시내운전, 주차연습, 유턴과 끼어들기 등 전반적인 것을 연습했다.
연습이 더 하고 싶어서 바로 그다음 주에 그린카 렌트를 했는데, 내가 사고 싶은 스파크는 렌트차량으로 없어서 차체가 비슷한 모닝으로 연습을 했다. 사진처럼 초보 연수중이라고 붙여놓고 친한 학교 선배에게 연수를 받았다. 주변 차들이 나를 피해 가서 그런지 경차의 설움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차를 픽업해 시내를 빠져나와 집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상주차장에서 주차연습을 하고 포천의 고모리 저수지를 다녀왔다. 생각보다 멀티가 잘 안 되어서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끼어들기를 하려고 사이드미러를 너무 자주 보다가 앞에 주황색으로 바뀐 신호를 미처 못 봐 선배가 ‘신호!!!!‘인지 ‘브레이크!!!!’라고 소리쳤다. 긴박한 상황이었던지라 기억은 안 나는데 어찌 됐든 천만 다행히 발을 헷갈리지 않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은 옆에서 누가 봐줘야 하는 초보운전자지만 차차 나아지겠지?
학원연수를 받으며 느낀 장점은 매우 기초적인 것부터 잘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또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있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학원연수의 단점은 강사나 학원마다 가르치는 스킬 등의 편차가 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연수 비용이 꽤 비싼 편이다.
여러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학원에서 연수를 받은 이유는 비싸더라도 강사한테 제대로 다시 배우고 싶어서였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배우면 그만큼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자세히 배우기가 어렵기도 하고 서로 기분이 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오빠 차를 타고 운전 연습을 하러 나가자마자 사고가 났던 적도 있고 오빠가 알려주는 방식이 크게 도움이 안 됐던 기억이 나서 가족이나 지인의 차를 빌려서 연습하는 건 선택지에 없었다. 돈은 좀 썼을지언정 후회는 없었다.
렌트카로 연습하는 것도 장단점이 있는데 강습비 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누군가를 옆에 태운다면 욕먹거나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강사와 운전 잘하는 일반인은 다르다!
연수를 해주던 강사님과 선배가 내게 말했다.
”확실히 감이 있네. “
“몇 번 연습하다 보면 금방 익히겠네.”
화내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폭풍 칭찬을 해주며 잘 가르쳐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_____^
60대 어머님도 운전 연수를 받는 시대라고 한다. 어머님들도 도전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도로에 나가보자. 옆에 운전할 수 있는 누군가를 태우고 봐달고 하면 충분히 초보도 해낼 수 있다.
세상 모든 장롱 운전자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