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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Dec 31. 2021

아이와 함께 과천과학관

사립초 교사 맘&대디의 교육일기(2)

세 아이들을 데리고 과천과학관에 다녀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인 과천과학관은 그 규모가 남다른데요, 의외로 교사인 저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가있고 저는 오전에 잠시 볼일을 본 후 지하철로 이동하여 합류하였는데요, 지하철 출구부터 과학관 분위기로 멋있었습니다. 


지하철 출구. 스크린과 같은 벽면도 멋있었어요.


지난여름 방학 때 남편이 첫째 샘물이를 데리고 계획 없이 방문했다가 휴관이었지요. (그래서 서울대공원으로 가게 되어 샘물이는 더 좋았다는) 이번 방학 때는 사전에 꼼꼼하게 홈페이지에서 체험관 예약도 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을 박물관으로 데리고 갈 때의 마음가짐>

이날 아이들은 과천과학관에서 오픈 시간부터 마감 시간까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 셈이죠. 저는 중간에 너무 지쳐서 집에 가고 싶었으나 남편이 예약한 프로그램들이 오후에 몰려있어서 꾸역꾸역 함께 있었습니다. 


과천과학관은 규모가 워낙 커서 3~4일은 잡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과학관에 체험형 전시가 굉장히 많고, 잘 되어 있어 감탄하면서 공부했습니다. '학생 때부터 과학관에 왔더라면 과학과 확실히 친해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천과학관은 정말 알차게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전시물이 많은 데다가 종로인 저희 집에서 기본 1시간은 가야 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멀게 시간 내어 왔지만 저희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문 곳은 겨우 이만큼입니다. 

1층 과학탐구관 안에서도 딱 저 빨간색 상자만큼의 공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전시물들을 돌아가면서 하고 또 하고...


중간에 천체투영관에 가서 별자리와 행성 만화를 보고 오긴 했지만 여기 이만큼의 공간이 메인 아지트였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보고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일 거예요. 특히나 설명하기 좋아하는 저희 남편은 알려주고 설명해주고 싶은 욕구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고요. 


하지만 저희 부부의 박물관 나들이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1. 물어보기 전에는 설명하지 않기

2.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라고 끌고 다니지 않기 

3. 박물관 학습지, 설명서 등을 주면서 채우도록 하지 않기


비단 박물관에 가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아이들을 이렇게 대하는 편입니다. 

예약도 해주고 데려가 주기도 하지만, 가서는 풀어놓습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게 합니다. 아이에게 환경을 만들어 주긴 하지만 소화시키는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더라도, 아니 입을 벌려서 음식을 넣어 주더라도 그것을 씹어 삼키는 것은 아이가 할 일입니다. 


이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 저희 부부는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남편은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가 설명하다가 지치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겠구나'라는 마음에 참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아까운 시간에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중에 또 오면 되지'라는 마음을 가집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의 박물관이 무료이거나 싸기 때문이죠! 좋은 박물관, 역사관, 문화관, 미술관 등이 시민들과 아이들의 가까이에 있고 부모님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문화 시설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면 사람들의 지성과 마음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하고 상상해봅니다. 





덧1 _ 굴러가는 시간

1층 과학탐구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대형 전시물이 '굴러가는 시간'입니다. 1분마다 빨간 공이 하나씩 나오고 5분이 되면 빨간 공 하나가 '5분'의 자리로 내려갑니다. 그때 내려가면서 악기도 울리고 창문을 열고 인형도 나와요. 10년 이상 된 인기 전시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굴러가는 공을 보며 감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전시물을 저의 베스트 프렌드가 기획하고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친구에게 과천과학관 간다고 했더니 "내가 만든 거 아직 남아있나 한번 봐봐"하더라고요. 그랬더니 이렇게 건재하고 있었고, 저도 덩달아 흥분하여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거 엄마 친구 써니 이모가 만든 거야!!! 써니 이모는 과학자거든!!!", 남편에게 "내가 이렇게 훌륭한 친구를 두었습니다!!!" 하며 엄청 자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통화로 제작자 연결 ㅋㅋㅋ 친구도 자기 전시물이 인기 전시물로 10년째 남아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잊고 살다가 제 연락으로 인해 다음 날 딸과 함께 방문을 했다고 해요. ㅎㅎ)


다음 주에 친구를 만나는데 그때 남편과 샘물이도 같이 합류하여 굴러가는 시간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듣기로 했어요. 이런 전시물은 해외 유튜버들이 재능 낭비용으로 만들어서 영상 올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과학관에서, 베프의 제작물로 만나니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야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ㅠㅠ 체험형 과학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던 너의 20대가 떠오르네ㅠㅠ



덧2_교사의 모든 경험은 학교 교육과 연결된다

저는 박물관 앞 광장에서부터 주변 시설을 열심히 스캔합니다. 박물관 안의 화장실 위치, 식당의 규모 및 분위기, 휴게 공간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여기는 몇 학년을 데리고 오면 좋겠다', '한 학년이 다 같이 와도 될 정도의 규모다' 등으로 윤곽을 잡습니다. 사실 자녀들을 위해서 박물관에 가기보다는 박물관 답사를 하는데 자녀들을 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학년이 와서 식사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군. 잘하면 2개 학년도 가능하겠는데??


덧3_그래도 욕심을 부린다면

저는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무엇을 보고 듣는지 최대한 옆에서 함께 하려고 합니다. 나중에 아이가 "우리가 과천 과학관 갔을 때 본 것"이라고 말할 때 알아듣기 위해서지요. (제가 아니라 아이가 이야기를 꺼낼 때) 

멋진 돔 형태의 건물 천체투영관의 별명은 '수면실'

과천 과학관의 천체투영관의 별명은 '수면실'이라고 합니다. ㅎㅎㅎ 편안하게 누워서 별자리 영상과 만화를 무려 40분이나 감상하기 때문이에요. 남편은 실제로 체력 보충을 여기서 낮잠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칠 때쯤 여기서 쉬어가자고 일부러 오후에 예약을 잡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피곤해도 꿋꿋이 함께 봤습니다. 운이 좋게도, 첫째 샘물이가 과천과학관에 다녀오자마자 제 책꽂이에 있는 어른용 도서인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을 꺼내 보더군요. 



아침아, 이것 봐. 우리가 과학관에서 만화로 봤던 거 나와. 


샘물 : 아침아, 이것 봐. 우리가 과학관에서 만화로 봤던 거 나와. (동생 아침이, 막내 겸손이도 쪼르르)

나 : 와~ 샘물아~ 그 책 어른 책인데. 그걸 다 읽네?

샘물 : 과학관에서 수성이랑 토성이랑 이거 다 봤잖아요. 

나 : 맞아 맞아. 그때 봤던 거 나오네 정말. 


짧지만 이런 순간들은 큰 행운입니다.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순간, 아이의 관심과 시야를 넓혀가는 순간이니까요. (그렇다고 또 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거나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아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싶은 만큼 읽도록 풀어둡니다.)



덧4_도서 소개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태양계와 행성에 관련된 내용은 초등 5학년 1학기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태양계 모형은 '태양과 행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태양계'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줍니다. 그런 오해는 다른 행성까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등의 일을 사실에 가깝게 상상하거나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태양계는 우리가 모형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공허합니다. 그 공허함을 머리가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느껴 보는 것이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 해왕성까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 1,000억 분의 1로 축소하면 200쪽가량의 책에 태양계를 담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태양의 지름은 고작 1.4cm이고, 지구는 0.13mm의 머리카락 두께로 알아보기도 힘들게 됩니다. 과학관에서 태양계 모형을 왜 실제 비율대로 안 만드는지 이해가 됩니다.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서 거리는 1,000억 분의 1로 축소를 하되, 행성들의 크기는 이 비율보다 100배 확대해서 알아볼 수 있도록 놓아봅니다.... 책을 펼쳤을 때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의 길이는 50cm이고, 이것은 실제 태양계에서 거리 5,000만 km에 해당합니다. 책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거리만큼 가는 것입니다. 5,000만 km는 빛의 속력으로 날아가도 167초가 걸리고, 초속 20km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타고 가도 한 달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라면 19년 걸립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은 빛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겨도 빛보다 빠르게 태양계 마을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서문을 편집하여 인용하였습니다.)


서문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열정이 감동입니다. 책을 펼쳤을 때 왼쪽, 오른쪽 두 쪽이 5,000만 km 거리입니다. 그래서 천왕성은 136쪽에 나오지만 해왕성은 201쪽에 나옵니다. 중간중간 우주와 행성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아무 설명이 없는 공백 페이지도 꽤 많습니다. 우주의 공허함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제가 가르치는 교과 중 그나마 가장 관심이 없는 것이 과학 쪽인데 이 책은 기획과 구성에 감탄하여 사두었던 책입니다.



어른이 봐도 배울 거리가 가득한 과천 과학관. 한번 방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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