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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복 Mar 19. 2024

유사수신행위를 아시나요?

- 내가 당했던 첫번째 사기

  돈이 벌고 싶었다. 난 돈이 정말 벌고 싶었고, 그것도 빠르게 많이 벌고 싶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은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응당 갖춰야할 능력이므로 나의 이런 생각에 문제는 없었다. 다만 빠르게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과 더불어 쉽게 벌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나는 결국 화를 입게 되었다. 유사수신 사기로 인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기사건 피해자가 된 것이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나름 사회생활은 늦지 않게 시작한 편이었다. 하지만 첫 월급을 받는 순간 나는 이내 좌절하게 되었다. 제법 빈궁한 우리 집안까지 생각하면 이 월급으로 내 주변의 다른 가정들처럼 자가도 있고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만 느껴졌다. 이 때가 내 나이 약 30무렵이었는데 나는 두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소득이 제한된 직장을 벗어나 다른 일을 시작할 것. 그리고 제태크를 통해서 자산을 늘려나갈 것. 바로 이 두 가지였다. 


  나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월급으로 사는 직장인들의 삶에 굉장히 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사업가를 넘어 기업가, 그리고 투자가의 삶을 사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큰 영감을 받아서 무언가 내 능력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영업직이었다. 아울러 돈을 그냥 두지 않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할 수 있도록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 굉장히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중에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책을 읽고, 관련된 사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단순히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아이템만 찾아다니는 우를 범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게으른 성격이 한몫하게 되어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어느 한 회사를 알게 된다. 이 회사는 자동텔레마케팅 기계를 개발하여 업체들에게 판매를 하는 신생회사라고 하며 초기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내가 투자한 돈의 두배를 10주에 거쳐서 제공하는 플랜을 운영하고 있었다. 말은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정말 단순히 이야기 하면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투자금의 두배를 2-3달에 거쳐서 돌려주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추천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모집하면 그에 대한 수익도 주는 그런 방식이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두 배의 수익에 혹해서 일단 사이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살펴보니 이미 시작한지 6개월 가량이 되었는데 단 한건의 미지급 없이 모두 수익을 받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는데 일단 소액을 넣고 진짜 지급이 되는지 확인을 해보자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50만원을 투자했다. 그랬더니 내가 받을 총 금액 100만원의 1/10에 해당하는 10만원이 그 주에 바로 입금이 되었다. '아 진짜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이 때부터 욕심에 눈이 멀어 대출을 받아서 약 2500만원 가량을 투자했다. 그랬더니 그 주에 역시 받을 총 금액의 1/10에 해당하는 돈이 입금이 되었고 나는 이돈을 또 재투자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주부터 입금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러한 유형의 투자 사기를 유사수신행위로 사기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투자는 손해를 볼 수 있음을 고지해야하며 확정 수익, 확정 이율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투자를 받는 모든 행위가 유사수신행위로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무렵 회사에서는 은행계좌에 문제가 생겨 입금 오류가 발생해 다음 주부터 다시 정상 입금 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나는 내가 투자한 돈이 날라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인지부조화가 왔고, 바로 고소를 진행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았어야 했음에도 고소가 진행되면 사업에 차질이 생겨 입금이 더 지연된다는 이들의 말만 믿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기다리게 된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또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은 그 무엇보다 크다. 이들은 그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고소 하는 것을 막는 한편 그동안 모아온 자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릴 시간을 번 것이다. 결국 초기에 고소를 했던 극 소수의 사람들만 이들이 입막음의 댓가로 원금을 돌려주었고,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피같은 돈을 잃게 되었다. 


  나는 이 때 직장에 퇴직신청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이 투자로 얻게 된 5000만원으로 시간을 벌면서 다른 영업직 일을 찾아 취업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히려 빚만 3000만원 가량 떠앉게 된 형국이 되었다. 나는 부랴부랴 사표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고, 주변의 반응은 네가 성급하게 판단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그런 반응이었다. 


  마침 그 날은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다른 분들은 나를 위로하면서도 네가 이 곳 말고 다른 곳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식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돈을 잃었고, 가족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선언했다가 취소했고, 또 무엇보다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술이 좀 올라오자 나는 그 자리에서 꼴사납게 엉엉 울었다. 나를 보는 눈빛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런 시선이었다. 자존심이 너무 상했고, 창피했고, 앞으로 감당해야할 것들이 두려웠으며, 좋은 미래가 사라진것만 같아서 좌절감에 휩싸였다. 


  집으로 돌아와 만취한 상태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당시에 어머니가 타시던 차가 오래되어 주행중 시동이 꺼지는 위험한 상태였음에도 돈이 없어서 차를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투자금을 회수하면 괜찮은 차를 사드리고 싶었는데 그 꿈이 물거품이 되었다. 사기를 당한 일은 차마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차를 바꿔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좀 어려워서 그것도 못해주는 아들이라 너무 미안하다고 울며 말했다. 어머니도 울었다. 어머니가 못 살아서 너한테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오히려 엄마가 미안하다며 엉엉 우셨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나서 나는 밤새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투자는 원금 손실에 대한 가능성을 고지하여야 하며, 확정 수익 혹은 이율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투자를 받는 방식은 유사수신 행위에 속하며 이는 명백한 사기이다. 사기꾼들 당시 유행하는 것으로 아이템을 바꿔가며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며 지금까지도 이러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인을 이용해서 이런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들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사업, 제품, 주식, 코인 등을 활용하여 수익을 볼 수 있다며 접근하여 서민들의 피같은 돈을 갈취하고 있다. 


  나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돈을 비롯하여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 등 많은 데미지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 돈을 쫓아가면 돈이 도망간다고 했던가. 이 이후로도 내 인생은 파란만장하게 흘러가며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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