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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Sep 02. 2023

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는가?

MZ 사회복지사가 바라본 사회복지현장 비평

왜 유능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현장을 떠나는가?



최근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사회복지 현자타임'이라는 이름으로 푸른복지 양현석 소장님과 사회복지사무소 구슬의 김세진 소장님을 찾아가 사회복지 현장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첫 번째로 인터뷰어가 꺼낸 주제가 '사회복지계를 떠나는 동료들'이었다. 인터뷰어로 나와주신 홍준호 선생님께서는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사회복지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시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렇게 현장을 떠나는 사회복지사들을 떠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인터뷰이로 참여해 주신 김세진 소장님과 양현석 소장님께서 본인들의 논리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예상치 못했던 답변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신 부분도 있어서 혹시 이 인터뷰 영상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자타임 ep01 사회복지계를 떠나는 동료들 - YouTube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나 또한 젊은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현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며, 내가 대체 언제까지 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1인이기에.


유능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 


그 원인 중 한 가지는 사회복지기관 평가로 상징되는 과도한 행정처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기관은 시청 하청업체인가?


얼마 전, 경기도 장애인복지관 평가를 진행하였다. 이 평가는 사회복지시설이라면 모두 피해 갈 수 없는 평가로 3년 간의 사업과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평가결과 우수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평가결과 미흡기관에는 컨설팅을 통한 기관의 품질 서비스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라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에 해 왔던 노력에 대한 잘, 잘못을 판단받는 것이다. 적절한 평가를 위해서는 해 왔던 것 그대로를 내어놓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물론, 평가를 위해서 그동안 실천했던 것들을 잘 정리하고 평가관들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3년간의 자료들을 하루 안에 주어진 평가 지표 안에서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과도한 편집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마치 육각형의 도형을 오각형의 틀 안에 밀어 넣는 것처럼, 이 평가 지표에 맞는 자료를 찾기 위해 두 개의 프로그램을 마치 하나의 프로그램이었던 것처럼 각색을 하기도 하고, 새롭게 생긴 지표에 맞게 평가를 받기 위해 온갖 자료들이 짜깁기되기도 한다. 


그래도 뭐 어찌어찌 평가가 마무리되었다. 기관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실무자들은 퇴사를 고민한다. 기관이 좋은 평가를 받든, 좋지 못한 평가를 받든 솔직하게 일선 실무자들에게는 보상도, 처벌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를 겪고 나면 내가 사회복지사인지, 시청 하청업체 직원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평가가 끝난 이후에도 평가가 끝난 것이 아니다. 평가 지표에 맞추어서 기관의 양식과 업무 처리 방식이 달라지고,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자료들까지 잔뜩 생긴다. 다음 평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경험하면 이게 평가를 위해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지,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게 하기 위해 평가를 하는 건지 헷갈리게 된다.




유능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 그 두 번째 이유는 내부 마케팅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내부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한 마디로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로써 직원들이라는 내부 시장에 대한 마케팅으로 직원들이 서비스 마인드화가 되고 고객지향적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시키고, 보상하는 활동이다.


 내부 마케팅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외적 동기부여와 내적 동기부여. 알다시피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서는 외적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성과급이 대기업처럼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 성과를 잘 낸다고 해서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것은 내적 동기부여이다. 


내적 동기부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기에 필요한 것 같아서 실천하는 것. 이것이 내적 동기부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한 가지는 조직에서의 신뢰를 통한 안정감이고 두 번째는 생각한 것을 토대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율성이다. 그런데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회복지 현장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사회복지 조직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가 많다. 그 이유는 기관마다 지자체마다 다양할 것이다. 리더십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조직 문화의 어려움, 지자체의 사회복지에 대한 시각으로 인한 어려움 등 각자마다의 어려움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니 조직 내에서 동기 부여를 받기는 너무나 어렵다. 그나마 조직 외에서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타 기관에서 열심히 사회복지를 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사와 관계를 맺고 공부하며 내적 동기부여를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시도를 하는 사회복지사는 전체 사회복지사의 절대량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기존에 하던 사업을 조금만 바꿔서 다른 이름으로 재탕하고, 다른 기관에서 하고 있는 사업을 가져와서 거의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니 사회복지사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재미와 의미를 놓치기 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자 하는 직원은 흥미를 잃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좋은 메시지는 좋은 메신저에게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회복지실천은 좋은 사회복지사로부터 나온다. 좋은 사회복지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좋은 사회복지사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복지 현장이 필요하다. 솔직히, 비록 사회복지 제도권 현장에서 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럴만한 사회복지 현장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런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자부심 있게, 열심히, 가치를 쫓으며 일하시는 훌륭하고 대단하신 선생님들이 존재한다. 나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 함께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던 동료들 중에서 5년 넘게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반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좋은 동료들이 그렇게 사회복지현장을 떠나는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만한 현장이 되어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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