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야우치 하루키
창업이라고 하면 보통 큰 자본과 획기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창업을 '초라하게'해도 된다고 , 아니, 오히려 초라하게 시작할수록 좋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본 도쿄의 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만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작은 리사이클 숍을 열어 창업을 시작하고 그리고 그 가게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싫은 일로부터 도망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의 씨앗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했습니다."
싫은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니. 속는 셈 치고 한번 봐보기로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활의 자본화'와 '자산의 자본화'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자신이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음식, 물건,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이러한 것의 잉여분을 판매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음식으로 설명하자면 내가 먹을 카레를 만들기 위해 평소에 즐겨 먹는 야채를 내가 직접 키워서 카레를 만드는데 이때 1인분만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1인분을 만드는 드는 비용과 시간이 1이라고 했을 때 10인분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10이 아닌 그 보다 더 작게 들어가니 나머지 9인분을 판매하고 나면 내가 먹은 1인분은 공짜가 된다는 생각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21세기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이게 무슨 수렵 채집 시대 자급자족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바로 '자급자족'하는 방식의 창업, 모든 생활을 자신의 노동을 해결하고 남은 만큼 판매해서 자본으로 만든다는 개념의 창업이다.
초라한 창업의 또 다른 한 축은 '자산의 자본화'인데, 이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산, 차가 될 수도 있고 집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기반으로 자본화를 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예가 차량 공유 서비스, 공간 공유 서비스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초라한 창업을 하게 되면 초창기에는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버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책을 읽었을 때, 솔직히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인 것 같이 들렸다.
그런데,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현재 작가는 투자가이자 컨설턴트로 매년 10건 이상의 초라한 가게 창업과 운영을 설계하고 자문하고 있는 나름의 성공을 이룬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성공에는 그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금 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초라한 창업을 하고 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비용을 포함한 모든 지출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 방법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움을 받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라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평소에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두면 "그 정도는 내가 도와줄게"하고 나서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이를 위해 평상시에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을 전제한다.
여기에서 그의 사업 철학이 드러난다. 그는 숫자로 나타나는 현금만이 수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 노동력을 서로 제공할 의향이 있다면 이런 부분을 통해 자본화가 된다고 본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옛날 품앗이 문화를 재해석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방식이 '강요되는'방식이 아니라 서로 간의 관계 안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상호 지지'적인 일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남의 도움을 받고자 하면 먼저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나누어야 한다. 재능이 있다면 재능을 나누고, 시간이 있다면 시간을 나누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조금은 특이한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들이 나온다. 일확천금을 금방 벌어들일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창업의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회사 생활이 하기가 힘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인 사람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 읽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의 '쉬었음 청년'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2024년 7월 기준 44만 3천 명이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 보니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높은 허들 넘기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수많은 청년들이 뛰기 조차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방 안에 갇혀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긴긴 터널 속에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바에는 이렇게, 초라하지만 작게 창업을 하는 방식을 통해서 그래도 먹고살만한 방법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책의 내용 중에는 직장생활에서 실패하고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던 일본의 청년들이 이러한 초라한 창업이라는 방법으로 다시 삶을 살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요즘은 나 또한 이 일이라는 것에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었던 중이었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나의 의지에는 맞지 않는 일이 더 도 그냥 하라면 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의 자아가 계속 조금씩 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테크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서 퇴사하기 위한 배당금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몇 권의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약 10년 정도면 그래도 회사를 벗어날 수 있겠다는 계산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그 10년을 버티면 내가 더 이상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지, 그렇게 버티고 나오면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 무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기준이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회적 지위, 돈, 명예, 안정성, 재미, 의미, 도전 등등 어떠한 가치가 자신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아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가 확실하다면 세상의 그 어떤 소리에도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될 수 있다. 꼭 사회가 이야기하는 어떤 거창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