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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Ka Mar 13. 2016

1. 시놉시스

정신차렸니?

여행을 다녀오면 다녀올수록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삶을 살 줄 알았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내가 나를 몰랐다. 결국 나는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면서 보냈다. 딱 두개 감사한 것이 있다면 두 달이 되기 전에 깨달은 것이 첫째요, 그 이후론 게임에 흥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둘째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행을 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에 가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시놉시스가 보였고, 운도 따라주었다. 첫 번째로 중국어 스터디에 들어가 정말 간단한 회화 정도만 할 줄 아는 문제아 역을 맡았다. 스터디를 하면서 명동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니 중국 손님이 워낙 많아 응대하는 중국어를 터득하기 시작했고 중국인 바리스타와 같이 일을 하게 됐다. 중국인과 일하다 보니 중국어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대화하려고 했고, 그것으로 인해 자연스레 다른 배역을 맡게 되었다.


"나는 실력이 똑같은데 도대체 뭘 했길래 그래요?"라는 질투 섞인 발언을 같은 스터디원에게 듣고 더 이상 문제아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인 친구 사귀기 어플을 통해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서툰 중국어로 채팅하기 시작했다. 매일 채팅하고 가끔 전화를 하게 되면 "팅부동(이해할 수 없어)"을 외치다 보니, 쓸 수는 없더라도 모양을 기억해 읽을 수 있는 글자들이 생겼다. 집착하는 중국인 친구가 있어서 싸우기도 했는데 그 친구 덕택에 연애 분야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인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고 천천히라도 내 말을 하다 보니 잘 맞는 친구도 생겼다. 그 친구가 사는 곳은 성도.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성도로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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