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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Ka Mar 16. 2016

나에게 영화란

20160315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가장 충격적이고 인상 깊었던 영화는 '파이트 클럽'이나 '메멘토', '셔터 아일랜드'였다. 액션 영화나 반전영화를 좋아했다. 잠자기 전이나 새벽에 몰래 pmp에 영화를 넣어서 봤는데 이불속에서 숨죽여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 pmp를 보면 화면도 작아가지고 여기에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넣어서 봤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에게 pmp는 mp3도 되고 인터넷 강의도 볼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하이테크놀로지였다. 밤에 자주 봤기 때문에 잔잔한 영화보단 쾅쾅 터지고 화려한 영화를 좋아했다. 따라서 '새벽의 저주'나 '28일후', '28주후' 같은 좀비 영화도 좋아했다. 다 보고 나면 두근두근해서 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아 학교에 가서 조회시간을 용케 버틴 후 담임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기절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메멘토를 보면서 영화 구성방식도 좋고 스토리도 맘에 들어 몇번을 다시 봤다. 리메이크작이 2017년에 나올 예정이라한다. 기대중

  작년부턴 영화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책에서 남자는 자신의 감정, 특히 찌질한 감정까지도 여러 철학적인 개념을 내세우며 합리화한다. 그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클로이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는데 운명이라고 합리화하기 위해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날 확률을 계산한다. 그는 클로이와 5840.82분의 1의 확률로 옆 좌석에 앉게 된 운명적인 만남인 것이다. 절제된 말투에서 풍기는, 잔잔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그의 매력에 매료되어 영화 또한 잔잔한 것을 찾게 되었다. 잔잔하면서 한편으론 잘 표현하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공드리 감독의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색감이 아름답고 영화의 구성적 요소로 스토리를 표현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여자 주인공의 머리색으로 시간을 표현한다던가, '무드 인디고'를 보면서 계속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흑백으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적으로 표현 안 해도 영화의 구성적 요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표현한다는 것이 좋았다. 취향은 계속 굳혀져서 '버드맨'이라던지 '올드보이' 등 촬영기법이 특이한 영화도 좋아하게 되었고 요즘은 자비에 돌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을 접해 프랑스 영화만의 투박함을 느끼기도 했다.

뭐가 나를 답답하게 만드나 했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색이 사라진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쪽을 확실히 알다 보니 영화는 나에게 중요한 취미생활이 되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라도 꼭 보러 다니며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굿 다운로더가 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있으면 영화를 보는 게 아니고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본다. 그래서 킬링타임용 영화보단 대부분 집중해서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을 보기를 좋아한다.
  여행을 많이 좋아해서 프로젝트를 하며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몇 개를 뽑아서 영화에서 나오는 배경대로 따라가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영화는 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앞으로도 차지할 예술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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