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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Ka Mar 19. 2016

봄냄새

봄냄새는 밤에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딱 봄날씨다.

집에 오는 길에 봄냄새가 막 나는데 싱숭생숭해졌다.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내 글솜씨가 맘에 안들어서 화가났다.

전달력이 부족한 느낌인지, 어렸을 때 부터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수필이나 부드러운 글 쓰기를 더 좋아했는데 좀 더 연습을 해놓을 걸 진짜 너무 아쉽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어떻게 쓸까 생각 안하고 쓸거다.


투박하게 쓰는 게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집에 오면서 봄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맡을려고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숨을 빨리 쉬기도 했다. 봄 냄새가 어디서 올까 생각도 해봤다. 풀냄새 같다. 나무들이 봄이 오는 걸 알아서 페로몬 같은 걸 뿌리는 건가. 아니면 흙냄새인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냄새가 나는 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글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내가 써놓은 글들을 생각해봤는데 조잡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과연 봄냄새를 표현할 때 봄냄새가 이 글을 읽는 상대방에게 잘 전해질까? 자꾸 의심이 들었다. 한 글귀가 있다.

정어려운 일이 있다면 종이와 펜을 들고 10분정도를 할애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계획안을 작성하고 나서 그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

그래서 그냥 토해내듯이 글을 쓴다. 생각이 나는 그대로 글을 쓴다.


자신감은 두가지 자신감이 있는데 상대적 자신감과 절대적 자신감이 있다. 상대적 자신감은 남들에게 인정받아 얻게 되는 자신감이다. 이 자신감은 가치가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적 자신감을 얻으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이 자신감은 자신이 자기를 정말 사랑해야 얻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인정받게 되어 얻게 되는 자신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럼 그냥 나는 지금 이글을 읽는 당신이 내가 뭘 표현하는 지 모르겠어도 내맘대로 꿋꿋이 글을 쓸거다.

'너는 글 잘 써. 걱정말고 써.'

일단 소소한 자기만족으로 시작하면 되겠다.


옆에 티비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송되고 있다. 장범준이 나오는데 장범준 목소리와 그의 노래는 참 봄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집에 들어와서 봄냄새를 더이상 맡지 못해 아쉽지만 다행스럽게도 노래소리에서 봄냄새가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려면 엄청 유식해야한다는데 나는 5살 친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련다. 어려운 단어는 생각하지 않고선 쓰기가 어렵다. 어렵게 설명하는 것보단 5살 친구가 알아먹도록 설명하는게 더 좋은 거 아닌가! 글을 쓸 때 항상 기고만장함을 꽉 채우려고 노력했다. 괜히 부담감을 가지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바보같은 마음으로 글을 써야겠다. 괜히 내가 이쁜 단어를 써가면서 봄냄새를 표현하느라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잘 쓰는 건 좋으니 노력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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