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비행 그 이후,
2012년 5월의 마지막 날
지금 재직중인 항공사의 입사일이자 타국살이의 시작이며 내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던 그 날.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고 4년차 일등석 승무원이 된 나는 이맘때쯤 직장인들이 찾는다는 그것, 바로 '초심' 을 찾아 고군분투중이다.
출국일 D-DAY
여행의 설레임에 마냥 행복해 보였던 사람들 사이에서 가족들과 생이별하며 눈물 쏙뺀 동기들과 나. 물론 우리 말고도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다들 무지갯빛인데 나만 잿빛인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날의 인천공항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행히도 원래 적응력이 빠른 편이고 편식을 안해서 다른 동기들보다 현지식도 잘 먹었고 공부해본적 없는 언어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도 월급받으며 어학연수 온 것 아니냐며 기쁜마음으로 언어공부도 열심히 했더랬다.
우여곡절 끝에 3개월간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윙을 달았을 때의 기분이란...그동안의 시간을 한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껏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 자는 줄 알았던 나는 어느나라에서 레이오버를 해도 숙면을 취하는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기도 했다.
레이오버하는 또 다른 낯선나라에서 글을 쓰는 지금. 예전일들을 회상해보니 마음이 먹먹한건 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비행기만 봐도 마음이 설레었던 그 때를 오랫동안 잊고 한동안 지낸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뒤돌아 생각해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고 지낸 몇년간 정말 값진 시간이었고 분에 넘칠정도로 많은 경험들을 하며 지낸 것 같다.
하나님이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승무원이 될 것 이냐고 물어보신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YES' 라고 대답 할 것 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언젠가 전직승무원이 되었을 때 후회없이 잘 살아왔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첫번째 글을 마친다..
PS. 이 새벽에도 타국에서 열심히 비행하실 한국인 외항사 승무원분들 모두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