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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Mar 18. 2016

비행 에피소드 #1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어느 항공사나 그렇듯 새기종을 교육받은 후에는 반드시 테스트를 거쳐야 비행할 자격이 주어진다.


테스트 항목에는 서비스, 어피어런스는 물론이고 도어와 슬라이드 작동법 비상설비 위치 혹은 사용법 등을 모두 숙지하여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보통 비행을 10년넘게 한 시니어 캐빈매니저가 테스트를 하게 되니 1년차 새내기인 나에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면접도 그렇듯 개인적으로 테스트 또한 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어떤크루들을 만나느냐 어떤 캐빈매니저와 비행을 하느냐에 따라 쉽게 혹은 어렵게 테스트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나는


좋은 팀을 만나서 순조롭게 통과하겠구나 싶었는데 목적지에 다 와갈때쯤 심한 터뷸런스가 오더니 많은 승객들이 멀미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승객들이 내리고 보니 좌석에 너무나 선명한 '그것'의 흔적...

무엇인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퀵턴(왕복비행) 이라 그 상태로 준비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 좌석에 어쩔 수 없이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닦아 낸 후 좌석위에 담요를 덮었고 그렇게 승객탑승을 시작했다.


하필 내 담당통로라니........



그 승객들이 운이 없던건지 내가 운이 없었는지 하필 까다로워 보이는 미국인부부가 그 문제의 좌석에 당첨이 되어 담요를 보고는 콜버튼을 눌렀다.


승객: 이봐요 여기 이 흔적들 뭔가요? 지금 여기 앉으라고 이 자리를 줬나요?


J: 죄송합니다 손님. 빈좌석 찾아서 바꿔드릴테니 잠시만 옆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승객: 이 좌석에 다른 사람오면 또 일어나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라는 건가요?


J: "저도 지금당장 바꿔드리고 싶은데 빈좌석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것 같습니다.아니면 제 점프싯에 잠시 앉아계시는 건 어떠신지요.."


탑승전 승무원은 승객분들의 좌석번호는 알 수 있지만 빈좌석에 대한 정보는 없기에 탑승완료 후 확인이 가능하다.


승객: 아니 됐고 그 명단 있잖아요 여기 매니저가 가지고 있을텐데 그거 가지고 와서 당장 좌석 바꿔줘요.



J: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거의 탑승이 끝나가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승객:  와이프가 무릎이 안좋아서 오래 앉아있는것도 힘들어 하는 사람인데 여기로 보내고 저기로 보내고 뭐하는 사람들 입니까? 당장 매니저 불러와요 내가 찾아가기전에!


승객의 사정을 듣고보니 화가 나실만 했고너무나 죄송스러웠다. 무기력하게 서있는 와이프분을 보고 있자니 더이상의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 테스트통과는 힘들수도 있겠다 싶은 찰나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은


J: 손님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핑계 대며마냥 기다리라고만 하니 무릎도 아파서 힘든데 오라가라하고.. 자꾸 딴소리만 하고 있으니 저였으면 더 화를 냈을 꺼예요. 그런데요. 이 상황에 할말은 아니지만 제가 오늘 테스트 비행이라 다른것 다 잘했어도 제일 중요한 승객분께서 화가 나시면 전 오늘 테스트 탈락이예요. 너무너무너무 미안한데 최대한 빨리...

지금 생각해도 주니어였던 내가 어디서 그 호기로움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승객분은 와이프를 점프싯에 앉히셨다. 그리고는


승객: (심지어 갑자기 크게 웃으셨다.)진작 말을 했어야죠 여기 잠깐 기다릴테니까 천천히 일 보고 끝나면 바꿔줘요.



J: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 그 타이밍에 탑승이 끝나 빈좌석을 찾아 좌석을 옮겨드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이코노미에서 제일 넓은 맨 앞줄로.


내 표정도 절실해 보였겠지만 그 승객분의 상황을 온전히 공감하고 서로의 상황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털어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진심은 통한다는 불변의법칙!


엄지를 척 들며 방긋 웃으시던 미국인 아저씨... 내리시면서도 테스트 통과했냐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 날 나는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고 동기들에게 이야기 해줬더니 임기응변을 잘했다며 칭찬을 받았다. 나는 진짜 그 당시의 내 솔직한 심정을 말했던 것 뿐인데... 이 일을 계기로 말로만 듣던 "진심은 통한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나의 특별한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에피소드들은 그동안 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들을 써보려한다. 그리고  항공업에 종사하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간접경험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에피소드 #2 커밍 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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