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l J Jun 19. 2019

그래서 아직 세상은 살만할지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아저씨 그리고 사람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하필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의 끝자락,


캐리어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던지 축 처진 어깨를 하고서 퇴근을 하는 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에스컬레이터로 바삐 움직였을텐데 가까운 대신 많은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섰다. 꽉 찬 엘리베이터를 두대나 보내고 겨우 탄 엘리베이터는 마치 퇴근시간의 지하철을 탄 듯 꽉 막힌 느낌이었다.


단 한 명의 중년남성 한분만 엘리베이터 밖에 덩그러니 서계셨다. 그분은 웃는 얼굴로 괜찮다며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겠다고 손을 저으셨지만 문을 잡고 있던 여자분은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옆으로 최대한 가더니 자리를 만들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에 탔던 모든 사람들이 벽으로 가까이 붙기 시작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는 그분을 위해 한 자리가 마련되었고, 엘리베이터는 위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앞에 겨우 서 계셨던 그 남성분은 다른층에서 다른 사람이 편히 내릴 수 있도록 문앞에 내려주셨는데 다른 사람이 타버렸고 결국 엘리베이터는 만석이 되었다.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리자 마지막으로 타신분이 내리겠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연신 웃음을 지으시며 괜찮다고 타지 않으셨다.


물론 곧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셨겠지만 괜히 마음이 쓰였다. 바쁜 일상속,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 걸음씩 양보했던 것과 또 한번 본인의 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셨던 그분의 선한 표정이 내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승무원이라는 일을 하게되면 직업병처럼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눈빛 등을 평소에도 주의깊게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이 상황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날 집에 도착한 후 인터넷에서 오래된 뉴스지만감동적인 이야기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버스가 달리던 중, 한 승객이 발작을 일으켰고 버스 기사분이 황급히 차를 세우고 다가와 상태를 보고는 119를 불러야겠다고 말했다.


모든 승객이 그럴 시간이 없다며 버스를 돌려 가까운 응급실로 가자고 했단다. 기사님은 즉시 응급실로 루트를 변경하여 달렸고 사람들은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그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가진 물도 기꺼이 내놓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생명 살리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버스 안에서 기적적으로 발작 승객의 의식이 돌아왔다.


협동심을 발휘하여 '골든타임'을 지켰기에 소중한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응급실에 도착해 승객을 의료진에게 안전하게 인계할 수 있었다고한다. 모든 사람들은 안도하며 마음을 쓸어내렸고, 기사님은 그 안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목적지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지만, 괜찮다며 버스에서 내린 모든 승객 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그 응급실 근처에서 환승을 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돌아갔다고 한다.


이 기사는 모두가 협동심으로 생명을 살린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일상속에서 겪었던 이번 일도 사소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서로 배려가 넘쳤던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게된 것 같다.


언젠가 나에게도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 또한 오늘 만난 그 아저씨처럼 미소로 화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그래서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