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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gomji Jul 02. 2022

에필로그, 조각의 이야기

추억을 기념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무언가의 의무감으로 꾸준히 교내 토익 시험을 봐온 덕분에 학교 연계 프로그램으로 외국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도전적이지 않은 성격이라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고, 좋은 기회니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떠나기로 했다.

평온한 동네. photo by lagom_ji

홈스테이를 하면서 여러 규칙이 있었다. 9시 이후 샤워 금지, 점심은 직접 만들어 먹기, 세탁은 일주일에 한 번. 이 외에도 알게 된 것들은 어른으로 살아가면서 하면 좋은 습관들로 남았다.

같이 등교 중. photo by lagom_ji

땡볕에 바다에서 놀다가 선크림이 다 지워졌고 집으로 돌아오니 얼굴과 팔 여기저기가 간지럽고 빨갛게 올라왔다. 마더는 곧장 나를 데리고 약국에 가서 연고를 산 뒤 집에 돌아와 진정에 좋다며 카모마일 차 한 잔 내주었다.

국경일 축제날. photo by lagom_ji

후담으로 수업에서 증상에 관한 표현을 배웠는데 햇빛 알러지 때문에 마더에게 그 표현들을 곧장 써볼 수 있어서 나름 뿌듯했다. 또 카모마일은 그때부터 쭉 먹게 된 허브차였고, 먹을 때마다 항상 그때 생각난다.

버스킹 음악이 더해져 더 멋있던. photo by lagom_ji

외국에 있을 때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동안 무기력해지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냄으로써 답을 찾고 마음을 전한다.

시드니 풍경. photo by lagom_ji

홈스테이를 하면서 나는 잘 지낸 편이었다. 마더의 음식이 너무 맛있었고 별 일 없이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안타까운 일을 겪는 경우를 보게 되었고 문제가 더디게 해결되어 소중한 시간을 힘들게 보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다.

키아마에서 걷고 또 걷고. photo by lagom_ji

호주에 다녀오고 몇 년 간은 몇 번이나 같은 꿈을 꿀 정도로 기억이 생생했다. 시간이 지나 사라져 버린 기억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 추억과 호주는 나를 따라다니고 있고 아마 평생을 함께 할 것 같다.

비 오는 시드니의 밤거리. photo by lagom_ji

이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 차 구글맵 서칭을 하는데 최근엔 코로나도 있었고 10년 전의 추억이기도 해서 건물이나 가게가 없어지거나 풍경이 아예 변한 곳도 많아서 왠지 마음이 짠 하기도 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내부. photo by lagom_ji

일러스트 여행 그림책을 만들고 아쉬움이 남아 여행 에세이 버전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미처 못한 이야기들과 사진들을 담기로 하고 매주 사진첩을 뒤져보고 글을 정리하는 시간들이 또 즐거웠고, 이제는 최종의 최종으로 추억을 잘 정리해서 마음의 짐이 줄어든 것 같아 한결 시원합니다.

앞으로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으고 기록해서 긍정적인 무언가로 풀어내 보려고 하니 다음의 것도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비스 베이의 조개껍질. photo by lagom_ji

여행 그림책 <1월의 그 여름>은 일러스트 기반의 독립출판물로 라곰지샵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브런치에서 연재하는 '1월의 그 여름'은 그림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버전입니다.


라곰지샵 <1월의 그 여름> 링크 |

https://url.kr/z7qy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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