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발견한 이해관계자를 놓친 디자인 사례
사용자 경험의 시대는 경험을 바탕으로 된 최종 결과물이 나오다 보니 더 진보된 사용성과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안겨다 주고 있다. 그러나 기획자나 디자이너나 ‘사용자’의 범위를 여전히 최종 사용자만으로 국한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편이다. 오류라기보다는 이해관계자를 놓친 것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어떠한 것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최종 사용자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사진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사용을 하면 뒤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만큼 화장실 이용객들이 쓴 페이퍼타울을 청소해야 하는 환경미화원들 또한 저 쓰레기통 사용 과정 속에서 참여하는 중요한 사용자이나 이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최근에는 수많은 사람이 동시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변기와 세면대 숫자는 넉넉하게 확보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용 단계나 소요시간을 고려해서 여성화장실에 변기를 더 많이 설치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진처럼 가글도 제공하는 등 최종 사용자의 사용성을 많이 고려하여 화장실을 설계하곤 하는데 쓰레기통은 다른 예측에 비해 간과하고 넘어가는 대상이 된 것이다. 혹여 그 용량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하더라도 환경미화원분들의 사용성 즉 ‘어떻게 뒤처리를 하면 편한지’에 대한 고려 또한 종합적으로 반영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결국 환경미화원들은 자신의 사용자 경험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쓰레기통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와 같이 창의적(?)으로 비닐봉지 하나로 손 씻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세요”라는 직관적인 신호를 주면서도 주변이 쓰레기로 넘치지 않아 더러워지지 않는 지극히 친근한 느낌의 ‘생활형 디자인’을 이루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화장실 사용자는 작은 쓰레기통 용량으로 인해 페이퍼타울이 가득 차 버려서 어디다 버려야 할지 모르는 애매한 상황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고, 환경미화원 본인들도 나중에 처리할 때에 손이 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화장실의 디자인 언어는 비닐봉지 하나로 전체적인 흐름이 깨졌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디자이너는 해당 건물 프로젝트를 준비한 기획자도, 건물을 설게 한 건축가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닌 환경미화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