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박범수 감독 ‘너랑봄’ 특강 참관기
학창 시절, 학교나 학원,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등에서 단체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과학 시간의 단골메뉴처럼 틀어주던 <코어>(2003)나 <투모로우>(2004)도 생각나고, <아이 엠 샘>(2001)처럼 감동적인 드라마나 <괴물>(2006) 같은 한국의 흥행작도 있었다. 이 영화들은 물론 교실에서 선생님이 가져온 비디오나 DVD로 상영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극장에 단체관람을 떠나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극장을 찾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종종 영화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시끄러운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어렸을 적엔 커 보이기만 했던 상영관을 학교에서 대관하여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 종종 영화제 등을 찾은 학생 단체관객을 보며, 아이들이 조금 시끄럽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에서 진행한 어린이·청소년 단체관람 교육지원 프로그램 ‘너랑봄’은 그러한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8일 오후 1시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빅토리>의 상영이 끝나고 “너랑봄 영화감독 특강 – 박범수 감독”이라는 제목으로 박범수 감독의 영화감독 직업 특강이 진행되었다. 이날 상영과 특강에는 마포진로직업지원체험센터의 협력으로 참석한 청소년(초5~중3) 130여 명과 보호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30여 분가량 진행된 특강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감독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 주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강의는 처음이라 잘 부탁드린다는 너스레를 떨며 시작된 특강은 영화가 “영상과 영상이 만나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박범수 감독은 영화감독이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사람”이라 설명하며, <빅토리>를 제작했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영화감독의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작품의 구상부터 각본을 쓰는 단계,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찾고 로케이션과 미술 등 영화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단계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빅토리>의 스토리보드와 각본, 실제 촬영 결과물을 함께 보며 주며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특강을 진행했다. 강의가 끝나고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감독님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나요?”와 같은 진로에 관한 질문부터 “시간이 흐르면 그림자의 위치도 변하는데, 어떻게 하나요?”라던가 “영화에 사용된 음악 저작권은 어떻게 해결하나요?”와 같은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디테일한 질문이 이어졌다. 30여 분가량 진행된 짧은 특강이었지만, 참석한 청소년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영화감독이 영화 제작에 있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그것을 정확히 설명해 줄 사람은 더욱 적다. 이번 특강은 단편영화부터 장편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영화 연출 경험을 가진 박범수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단지 “액션!”과 “컷!”, “오케이!”만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의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즐겁게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뿐 아니라, 영화와 함께 그와 연계된 직업특강을 들으며 영화를 더욱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된다.
어린이·청소년 단체관람 교육지원 프로그램 ‘너랑봄’은 이처럼 영화와 관련된 직업·진로 특강을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복권위원회 복권 기금을 통해 주관하며,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가 운영 중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뿐 아니라 전국 독립예술영화관 및 작은영화관도 함께하고 있다. ‘너랑봄’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감독뿐 아니라 배우,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미술감독, 영화평론가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직군의 직업인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직업·진로 특강 다문화·장애 감수성 특강을 무료로 지원한다. ‘너랑봄’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 도서관, 청소년진로체험센터 등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등 어린이·청소년이 모인 기관에서의 영화 단체관람은 그 자체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즐거운 경험임과 동시에, 영화인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어린이·청소년에게 그 꿈을 발전시킬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시네마 천국>(1988)의 어린이 토토가 그랬고 <파벨만스>(2022) 속 어린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너랑봄’ 프로그램은 그 꿈을 키워주고 도와줄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준다. 영화를 보고, 영화인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구체적인 영화인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은 차세대 관객과 영화인을 위해 필요하다.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