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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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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가 복귀한 <28년 후>는 어려모로 괴작이다. 아이폰 15 프로 맥스로 촬영된 화면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다양한 보정 기능, 손떨림방지부터 디지털 줌인, 어두운 화면의 자동보정까지를 극장 스크린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아이폰4로 촬영된 션 베이커의 <탠저린>과 박찬욱&박찬경의 <파란만장>, 아이폰7으로 촬영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언세인>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물론 앞선 아이폰들에도 기본적인 보정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28년 후>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자동 포커싱이나 자동 보정의 감각이 담겨 있지는 않다. 특히나 아이폰 카메라의 '시네마틱'함을 강조하고자 채택된 데이빗 레이치의 아이폰11 홍보용 단편영화 <Snowbrawl>이나 각각 아이폰 14 프로와 아이폰 16 프로로 촬영된 뉴진스의 <ETA>, 에스파의 <Dirty Work> 뮤직비디오에서 이러한 지점들은 더욱 감춰진다. 반면 <28년 후>는 아이폰이기에 가능한 기동성 높은 촬영뿐 아니라 기기가 지닌 기술적 특징들마저 화면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어두운 장면에서 스파이크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보정되는 극장 스크린에서 마주할 때의 기묘함. 내러티브적으로는 브렉시트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반영된, 전작 <28주 후>처럼 전형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틀을 따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의 전형 안에서 어색하지 않은 구성을 갖고 있지만, 그 구성을 기상천외한 무언가로 목격하게끔 하는 것은 촬영과 편집에 있다. 아이폰으로 '불릿 타임'을 구현하려는 듯한,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괴하다는 생각이 드는 카메라 리그로 촬영된 화면은 액션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액션을 생성한다. 극 중에서 '알파'로 불리는 돌연변이 감염자들처럼, 아이폰으로 촬영된 대상들은 아이폰으로 촬영됨으로써 즉각적으로 변형되고, 움직임을 생성한다. <28일 후>가 포스트-아포칼립스 속 로드무비를 구현하기 위해 캠코더를 택했다면, <28년 후>는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스펙터클을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대상을 왜곡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담아냄으로써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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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수정의 <풀>은 여러모로 기대와 다른 영화였다. 국내에선 여전히 마약류로 분류되며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대마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쟁점이며, 여기서 이수정은 의외의 선택을 한다. 의료용/오락용 대마초가 합법화된 해외의 사례를 끌어오지도 않고, 대마의 효능을 강조하며 그것을 과학적으로 논증하는 데 힘을 쏟지도 않는다. 사실 이러한 사례들은 이미 해외의 무수한 작품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대마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가? 오락용 대마 상점이 무대인 시트콤 <대관절 해피니스>를 보면 된다. 대마에 대한 과학적 논증을 보고 싶은가? 무수한 문헌이 책으로, 논문으로, 유튜브 영상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풀>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대마와 관련된 인간적 맥락이라 할 수 있는 지점들, 이를테면 대마를 통해서 삶이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물론 이는 다소간 무책임하거나, 기치료나 명상치료 등 검증되지 않은 대안 의학으로 쉬이 연결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영화 안에서도 이러한 행위들은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그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마초라는 '풀'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태의 내레이션 자막은 그것이 왜 삶에 동반되어야 하는지, 혹은 누군가의 삶에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관한 감정적 표현을 담아낸다. 조금 더 정교한 구조를 갖췄다면 더욱 흥미로운 사례의 영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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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에 과도한 혹평이 쏟아지는 것이 아쉽다. 스필버그가 연출한 두 편의 <쥬라기 공원>과 <고지라>(2014)를 뒤섞어 놓은 것 같은 가렛 에드워드의 솜씨는 이번 영화를 '쥬라기 월드'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어트랙션으로 만들었다. 티렉스가 델가도 가족을 가지고 장난감 사냥하듯 가지고 노는 장면이라던가, 재비어가 오줌을 싸는 동안 그를 덮치려던 랩터들을 익룡이 낚아채는 장면처럼 스릴과 코미디의 균형이 잘 잡힌 장면들, 모사사우루스와 스피노사우루스의 협공에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들은 '공룡영화'에 바라던 것들을 충실히 보여준다. 돌연변이 공룡 디스토르투르렉스가 헬리콥터를 씹어먹는 거대괴수물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은 '돌연변이 공룡'에 대한 시리즈 팬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거대괴수물의 컨벤션을 끌어와 상쇄하고자 한다. 시리즈 전반은 물론 <죠스>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 스필버그의 다른 괴수물, 어드벤처 영화를 적절히 오마주하는 순간들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적어도 어정쩡한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끌어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돌연변이 공룡이라는 소재가 '공룡영화'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들의 환영을 받을 영화는 아니지만, 그것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 자체의 고질병 아니겠는가. 가렛 에드워즈는 그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보여주었다. 실책이라면, 그가 시리즈의 첫 영화부터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점 아닐까.


4. 논문학기였던 터라 상반기에는 성실한 관객이 되지 못했다. 관람한 영화도 집 앞 CGV의 상영작에 대부분 편중되어 있다. 상반기 관람 신작들을 되짚어보니 미국과 한국 영화에 과하게 편중되어 있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하반기에는 좀 더 성실하게 봐야지... 아래는 그럼에도 꼽아본 상반기의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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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학기> 이란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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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인베이전> 하모니 코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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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애덤 B. 스타인 & 잭 리포브스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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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오후> 알베르 세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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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해> 김준석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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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백> 스티븐 소더버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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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불 흐르는> 권희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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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 이종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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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2> 클린트 이스트우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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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마이클 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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