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가시
- 르네 미셸에게
우리는 흔하다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태어났고
감추려 하다가 들키며 살았다
뼈부터 살까지 붙은 가시는 내 것이고
마른 혀고 눈망울이다
우리는 흔하게
비릿한 비 속에 연약한 살점을 묻으며 살았다
장례의 절차는 늘 짧아
동백이 피는 줄 모르는 때도 많아서
아주 흔하게
우체국 모퉁이에서 만나고
시장 안 남루한 좌판에 기거하는 우리를
발을 빠트린 정류장에서 만났다
처방전에 써질 수 없는 병명을 가진 때문에
누가 대신 불을 질러 주길 바라진 않았을까
우린 너무 젖었기에
동백은 꽃잎으로 지지 않아서
꽃인 채로 떨어지는 알싸한 작별을 한다
울음을 참으면 다시 비가 될 수 있는지
그러지 못하는 어떤 가시 같은 거
당신의 혀로 핥아줄 수 있는
아주 흔한
여름비처럼 그런 가시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