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3일, 두 번째 이야기
다행히 호스텔에 잘 도착했다.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나오니 꽤나 밤이었다. 사람은 별로 없지만 넓고 쾌적한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내려야 할 곳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잔뜩 긴장했지만, 틀리지 않은 곳에서 내릴 수 있었다.
적어둔 노트를 보며 들어선 골목은 한산했다. 배낭을 메고 걸었다. 불안해하는 사람인 걸 들키면 어디선가 괴한이 튀어나와 나를 겁줄 것만 같아서 최대한 목에 힘을 줬다. 두리번거리는 걸 티 내고 싶지 않았다.
호스텔 안으로 들어오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얼른 체크인을 하고, 침대 위에 가방을 던져두고, 로비의 컴퓨터를 쓰러 나왔다. 곁눈질로 라운지 소파를 보니 내 또래, 왠지 한국인인 것 같은 여자 친구도 있었다. 벌써 주변에 외국인 친구가 잔뜩 있어 보였다. 나도 아는 체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로비 컴퓨터는 누군가가 이미 자리를 차지한 채였다. 사람들 옆에 슬그머니 앉아 눈치를 봤다. 눈에 띄었던 그 친구가 Are you Korean? 라며 인사를 건넸다.
Yes, 네 맞아요, 로 시작해서 말문을 텄다.
그러자마자 나는 핸드폰이 도착도 전에 고장 났으며, 고쳐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싶다는 TMI부터 퍼트렸다. 그 친구는 마침 자기도 중고폰을 사러 시장에 가볼까 하고 있었댔다. 시장에 가면 중고폰 거리가 있다고, 거기 구경 갈 건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고마운 제안을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자리가 난 컴퓨터 앞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네이버 메일함을 연거였다. 도착 소식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려야 했다.
아빠에게선 벌써부터 메일이 와있었다. 내가 맥북을 잠그지 않고 와서 내 메일로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내용은 이랬다.
아빠다운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스텔 전화를 내가 받는다는 건 조금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안될게 뭐람,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다음에 와있던 엄마의 메일을 열었다.
엄마도 참 엄마다웠다. 몇 년 지나 쓰고 있는 지금 보니 정말 엄마다운 발상이었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 인맥을 동원해 멕시코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연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지만 엄마는 뭐라도 하고 싶었겠지 싶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호스텔에 잘 도착했다고, 먼저 와있던 한국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있다고. 중고폰을 살지도 모르겠다고 답장을 남기고는 삼성 서비스센터 연락처를 뒤졌다. 내가 스페인어로 문의 전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한국 서비스센터에 질문을 남겼다. 멕시코에서 수리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알려달라는 질문이었다.
그러고 나니 열한 시가 넘었다. 피곤했다.
아무튼 이렇게, 무사히, 멕시코 시티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