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9년 만에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퇴직 후 이 길로 들어서기까지 4년, 입학 후 남편의 주재발령으로 휴학하고 복학하기까지 4년, 코로나로 재휴학하고 복학하기까지 1년, 그렇게 9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대학원을 졸업했다.
교수님께서도 다 지났으니 하시는 말씀이셨겠지만, 5년이나 휴학을 했다가 돌아온 만학도 제자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셨다고 하셨다. 늘 잘할 수 있다고 격려만 해주셨던 교수님인데, 그렇게 걱정을 하셨을 만큼 실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정작 본인은 졸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보지 않았다(재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을 땐 좀 힘들었지만).
부족한 실력이 채운다고 해결될 정도가 아님을 깨닫고 심적으로 매우 괴로웠던 기간도 있었다. 그래도 노력에 대한 보상이 매우 정직한 편에 속하는 학과인 덕에 복학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을 얻어 졸업까지 하게 되었다.
경력단절에 일조했다는 미안함에 늘 최고라고 응원만 해주는 남편, 정성도 시간도 투여하지 못한 맛없는 밥도 엄마가 해준 맘마라고 잘 먹어준 우리 쌍둥이, 어렵게 복학한 만학도 제자가 혹시라도 중도포기를 할까 위로하고 위로하고 또 위로해 주셨던 교수님들,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