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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pd Aug 13. 2021

그래서 간판은 언제 열 수 있는 겁니까?

자카르타 시내에 사무실 간판 걸기는한 달째진행 중

저는 자카르타에서 동영상 제작 업체 로코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가 잦아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주 야심 차게 자카르타 시내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저희 직원들은 새로운 사무실에는 와보지도 못하고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이전에 맞춰서 설치한 간판은 설치는 했지만 검은 천에 가려진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간판은 사무실 이전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습니다. 제가 이사한 곳이 한식당이 몰려 있어서 한국인들이 매우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속이 무지하게 타들어가는 상황인데 제 글이 혹 비슷한 경험을 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 과정을 남겨보았습니다.

이곳입니다. 좌측에 입간판 설치대 보이네요.




난관. 1 돈 주고 제작하겠다는데 회신이 느린 간판 제작 업체

이건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결국 업체를 몇 군데 더 찾았고, 그나마 빨리 회신이 온 곳에 주문했습니다.


난관. 2 이 같은 진행상황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업체와 나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만 하는 우리 직원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현지 직원들하고의 소통, 문화 차이입니다. 참고로 저는 저희 직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런 직원들을 만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위에 저 일을 맡은 직원도 실제로는 카메라맨이고요. 저런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아닙니다. 평소에 차분한 성격이나 야무진 모습을 알기에 이번 일을 맡긴 거였는데, 이번에는 좀 답답했습니다.


난관 3. 간판에 대한 전기사용료를 누가 내느냐의 문제, 세입자(나)이냐 건물주냐? 

다행히 이건 타이머만 설치하면 건물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다른 세입자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는데, 다른 세입자들이 이걸 볼일은 없기에... (참고로 다른 세입자로 1층에는 서양인이 하는 카페, 2층은 일본 미용실이 있습니다.)


난관 4. 최대의 난관! 길가에 세우는 입간판은 시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간판 설치에 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함. 

이 부분이 좀 어러웠습니다. 일단 시청에 어디로 어떤 서류를 들고 가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간판을 제작한 업체가 대행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비용이 대략 4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고, 이런 것까지 대행을 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알아보니 신청은 어렵지 않더라고요. 신청서 1부, 신분증 사본, 간판 디자인, 현장 사진 등을 제출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신청서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뭔가 이해 안 되는 항목이 있었는데 물어볼 데도 없고 그냥 막 적었습니다.


문제는 통상 2주가 걸린다고 했는데, 현재 근무일 기준 4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허가가 안 나왔습니다. 사실 이게 2주나 걸릴 일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 하고 넘겼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중, 대부분 공공기관이 재택근무를 하기는 합니다. 사실 서류 접수를 할 때도, 사람에게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서류 봉투를 창구 구멍으로 밀어 넣고, 그 옆에 붙은 연락처로 접수 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2주를 기다리고 소식이 없어서 연락을 했더니, 1) 현재 재택근무 때문에 현장 조사를 못했다. 2) 상사도 코로나에 걸렸다 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문의하니 현장조사보고서가 진행 중에 있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오늘까지 10일이 지났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답답한데 외국이라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라도 글을 남겨봅니다. 검은 천을 덮기 전 찍은 사진과 함께. 


맞다. 간판 설치 후 며칠 뒤, 난관 3번에서 연결한 전기선이 알고 봤더니 타이머에 연결되지 않고 건물 외등 스위치랑 연결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그랬냐니 건물 직원이 초보라 잘못 알려줬답니다. 큰 비용은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다시 연결은 했습니다.


직원들은 아직 출근을 못하고 있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미리 짐을 옮겨 놓으려고 했더니, 거리 전체가 이렇게 대대적인 하수도 공사 겸 전선 매립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일 참 내 맘 같지 않네요. 

이삿짐 옮겨야 하는데... 외나무 다리.

상황은 이렇지만 저는 담담합니다.라고 정신승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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