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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Jul 15. 2020

전세냐 월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둘다 문제는 많으니까

 대학교에서 finance 과목 글로벌 수업을 들을 때였다. 외국인 교수가 칠판에  단어는 바로, 'Chonsei.' 한국에만 있는 부동산 대여 제도라는 '촌세이' 바로 전세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Chaebol'(한국식 재벌기업을 일컫는 영단어)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린 'Chonsei' 한국만의 경제 특산물인 . 외국인 교수는  전세라는 제도가 상당히 흥미로운 방식이라, 월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고 장점이라 했다.


 물론 높은 월세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어 좋지만, 전세는 일단 어마어마한 목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임대 방식이다. 서울 시내에서 살만한 집에 들어가려면 1억 정도부터 시작인데.. 말이 1억이지, 일반 직장인으로 1억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늠을 해보면 조금 아찔해진다. 물론 전세자금대출도 있다. 요새 금리가 낮은 것을 고려해볼 때, 1억 정도를 빌려도 이자 비용이 300만원이고 나누기 12를 하면 월 이자가 25만원 정도라 사실 참 합리적이긴 하다.


 그런데 전세 매물을 보러 다녀보니 전세로 나온 집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건물 자체에 7~8억의 빚이 있거나, 주인이 이전에 전세금을 안 돌려주어 전세권 설정을 당한 이력이 있거나, 혹은 너무 권리 관계가 너저분해서 등기부등본을 내 지식으로는 해석할 수조차 없거나... 아무튼 흔쾌히 "예~ 제 2억 입니다! 그중 1.5억은 은행돈이고요. 2년 간 잘 보관해주세요!"라고 계약을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인셉션'에서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만 심어도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처럼, 전세에 대한 아주 작은 불안의 씨앗이 내 마음에서 크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입주할 확률이 높은 건물은 빌라 건물이 많았는데 빌라는 아파트처럼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서 적정선의 전세 가격(매매가의 60%~70%)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전세와 월세를 함께 보러다녔다. 전세에 비하면 월세는 등기부등본에 문제가 있는 물건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그건 당연했다. 금리가 이렇게 낮은 세상에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전세를 놓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월세도 단점은 있었다. 오지게 비쌌다. 끝.


 매달 지출하는 월세비용이 너무 아까워서(그냥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처럼 느껴져서) 나는 결국 다시 전세자금을 대출 받는 방식으로 전세를 찾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세에 대한 부모님의 우려가 결국 최종 브레이크가 되어 전세를 완전히 포기했다. 월세를 현재 지불하는 비용보다 2배 올리는 방식으로 빨리 집을 구하고 치워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월세 물건들도 갖가지 장점을 내세워서 그 가격이 들쭉날쭉이어서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웠다. 오래되고 큰 집은 크기 때문에 70만원. 깨끗하고 작은 집은 깨끗하기 때문에 75만원. 이도저도 아니지만 역 앞인 집은 역 도보 1분이라 80만원.


 하루는 정말 컨디션이 좋다는 85만원짜리 월세 물건을 보러 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현관문 위에 노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가위가 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 중개사에게 물었다.


 "헉, 저거 뭐에요?"

 "아~ 여기가 3달간 공실이라서 집주인이 방 빨리 나가라고 걸어놓았대요. 미신이죠, 미신."

 "그렇게 방 빼고 싶으면 가격을 내리면 되잖아요."


 주거비로만 1년에 1000만원 넘게 지출한다는 것. 그럴수록 저금은 못하고, 내 명의의 집은 점점 멀어지고, 계속 월세는 오르고, 나는 오른 임대료에 맞춰 또 돈을 지출하고. 마치 무주택자의 굴레의 시작인 것만 같아서 나는 입을 쩍 벌린 가위 아래로 그 집을 냉큼 빠져나왔다.


 날렵한 가위날이 모가지를 탁 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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