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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Mar 14. 2024

학전Again 배우Day 후기

학전, 방학을 잘 즐겨요. 

내 인생 가장 처음 본 뮤지컬은, 2001년 5월 학전그린 에서 관람한 뮤지컬 ‘의형제’ 였다. 영국의 뮤지컬 ‘Blood Brothers’를 한국의 역사 - 한국전쟁부터 경제성장과 민주화운동 등 -를 배경으로 번안한 이 작품. 
아쉽게도 2002년 이후에는 공연되지 않았고 관람 후 시간이 꽤 지나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나에게 최고의 소극장 뮤지컬을 물어보면 여전히 ‘의형제’를 뽑는다. 처음 관람한 뮤지컬이기에 (기억보정도 되었을지도) 인상깊게 다가온 부분도 있을테고, 사회구조와 개인의 고민이 잘 어올려져서 메시지가 전달되었기에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꼭 생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나에게 뮤지컬을 소개해준 곳일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극장 공연의 추억을 선사했던, 1991년 3월 15일 개관했던 학전이 2024년 3월 15일로 문을 닫는다. 학전에서 관람한 공연은 ‘의형제’와 ‘지하철1호선’ 두 작품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대학로의 소극장이요 대학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라고 생각했기에, 개인적으로는 '학림다방' - '마로니에공원' 등과 함께 아무리 대학로가 변하더라도 이 공간만은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상징이기에, 더 이상 학전이 물리적 장소로서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학전이 관객들과 이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학전Again 콘서트’ 중, 학전을 걸쳤던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하는 배우Day를 관람했다. ‘의형제’의 넘버를 혹시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학전의 마지막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배우Day는 1/2부로 나누어서 1부는 어린이극, 2부는 학전을 대표하는 지하철1호선을 중심으로 70여명의 배우들이 참여하였다. 많은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했는데, 자신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학전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꼭 함께 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신나는 어린이극의 넘버를 즐겁게 부르고 호응하면서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김민기 선생님의 어린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담긴 작품이어서 더욱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대가 변화하며 온라인을 통한 문화접근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접 아이들과 마주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어린이극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학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 더 힘차게 함께 불렀을지도. 

2부는 지하철1호선의 주요 넘버들을 그동안 함께 했던 많은 배우들이 나와서 불렀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고 별도의 시대보정을 하지 않았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배경은 지금 시대와 차이가 나고 지금의 감수성과는 어올리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서민들의 감성과 사회풍자의 감각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유쾌하고 가슴 저리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무대들을 OB와 YB 배우들이 함께 불렀는데, 대표곡 중에 하나인 ‘울 때마저도 아름다운 너’를 5명의 배우들이 함께 부를 때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 듯 하다. 학전의 마지막이 슬프게 다가오면서도, 그 아름다움은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그 기억에 함께 하고 싶어서, 자신의 삶에서 굉장히 소중한 순간이었기에 함께 해 준 모든 배우와 연주자와 스탭 그리고 김민기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배우Day 1부의 마지막 곡으로 지금까지 어린이극에 함께 했던 많은 배우들이 함께 부른 넘버는 “신나는 방학이어서 미친듯이 죽어라고 놀 거야”라는 가사가 담긴, <무적의 삼총사> 중 ‘방학2’였다. 대학로에서 많은 뮤지션과 배우들이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피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그리고  공연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경험하게 해 주었던 ‘학전 소극장’은 이제 기약없는 방학에 들어간다. 그동안 고생한만큼 충분히 쉬고 놀기를. 그리고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학전의 정신은 시대에 맞게 퍼져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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