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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Sep 20. 2023

아동비만탈출기

아들이 몇 번인가 잠들기 전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는 말이 신경 쓰여  집 근처 대학병원을 찾았다.
피검사를 하고, X-레이를 찍는데 잘 찍히지가 않는다고 해서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5차례나 다시 시도한 끝에 겨우 검사를 끝낼 수 있었다.
결과를 듣는 날 담당의는 아이와 내가 자리에 앉은 지 채 1분도 안되어 소아비만 담당의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어머니,
아이는 지금 두께가 2~3센티가 되는
갑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과 똑같아요.
어머니 같으면 안 답답하시겠어요?


다행히 식욕을 일으키는 호르몬 검사 등 다른 검사결과에는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 후 2주 간격으로 몇 번 더 비만클리닉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하는 것도, 운동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난번 방문했을 때보다 얼마나 체중이 줄었는지 체크하는 것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보다 10kg 더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아이에게 물도 주지 말란다.
아들나이 당시 겨우 6살.
한창 성장기인 초6, 중2 딸들을 함께 키우면서 그게 될 리가 없었다.
아들과 난 병원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외출에 제동이 걸리고 활동이 줄어들었다.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

크면서 다 키로 간다.

학교 가서 많이 뛰어놀면 빠질 거다.



나를 위로하는 수많은 말들로 자기 위안 삼는 동안, 아이도 성큼 자랐다.
아들은 골고루 잘 먹지만 워낙 많이 먹었고, 또 좀 컸다고 골라먹기 시작했다.
키는 컸지만 비만도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학교에 입학했지만 방과 후 활동이나 학원 때문에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은 뛰어놀 일이 많지 않았다.
결국 저절로 살이 빠질 일은 없는 것이다.
쳐다보기가 무섭게 튀어나오는 뱃살과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휘어져가는 아이의 허리를 보며 나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모든 나쁜 일은 다 엄마 탓 같다.
사실 세 아이 키우며 살아보니 그 말이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들의 비만에는 엄마인 내 탓이 클 것이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내 육아의 8할은 죄책감


그러한 죄책감은 때론 나 자신을 숨 막히게 압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책임감이 되어 내가 더욱더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번에도 난 아들의 비만에 대한 엄마의 죄책감을 원동력 삼아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비만탈출을 도울 생각이다.


나는 소아비만에 대한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영양학에 대한 특출 난 노하우도 없다.
내가 가진 것은, 그저 두 딸을 내 손으로 먹이고 키우며 정한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기준"과 "지난 2년간 몸소 15kg를 감량했던  경험"뿐이다.

나의 목표를 좋은 식습관과 아이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들을 사랑하는 온 마음을 담아 그 아이의 즐거운 인생이 건강한 몸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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