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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Dec 07. 2023

그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지금부터 어떻게 살겠냐고 묻는다면

12월이다.

체감상 벌써 1월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어서, 사실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요일인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날씨가 추워져서가 아니라 최근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데, 눈만 뜨면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서, 오후가 돼서야 들어오던 때에 비하면 거의 은둔 수준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도하고 있는 독서모임 관련해 소소한 일들을 해놓고, 요리조리 만들어보고 싶은 인스타 피드에 대해 구상해서 올리고 나면 어느새 아이의 하교 시간이다.

읽어야 할 책들은 쌓여있고, 쓰다 만 글들도 수두룩한데 아이 일정과 먹을거리들을 챙기고 나면 책은 간신히 읽는데, 글 쓰는 것은 자꾸만 미뤄진다.

러면 또 "아유, 오늘도 못썼네." 하며 잠이 든다.

하루는 늘 만나던 동네 언니가 전화로 그런다.

너 살아는 있니?


갑자기 '나 요즘 뭐 하며 살고 있지?'라는 물음이 생겼다.

아니,'나 요즘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고 되묻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다.

내가 쓰고 읽는 삶으로 내 인생 2막을 살아나가겠다! 라고 결심한 바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내 모든 시간을 갈아 넣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생활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최근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 <연인>의 남자 주인공인 남궁민 배우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랜 무명기간을 거친 그는 자신이 대우받지 못한 현장 속에서도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주인공도 아니었고, 연기를 못한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도 연기를 했구나."라는 생각에 즐거웠다고 한다.

얼마 전 가족 저녁식사에서 만난 친정아버지도 "재미"에 관한 말을 하셨다.

아이들 교육문제나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로 세 자매가 한창 이러니 저러니 한숨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툭 던지셨다.

다 필요 없다. 그저 재미있게만 살아라.


내 나이 마흔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

삶에서 엄마라는 역할의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나머지를 무엇으로 채울까? 에 대한 고민 끝에 난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다.

처음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에 "쓰는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 한 것인데, 지금 이렇게까지 내가 몰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원동력이 단순히 내가 하고 싶거나 그나마 잘한다거나 정도는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내 글이 돈이 되는 순간도 분명 있기는 하나, 투입하는 시간과 포기하고 있는 활동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수익때문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나 역시도 "재미있기 때문에 이러고 산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재미가 이렇게 중요하다.

오래전에 이근후교수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간이 꽤 흘렀기에 내용은 희미하나, 이 제목은 세월이 갈수록 가슴과 머리에 자꾸 떠오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재미가 없다면 어떻게 이 지난한 삶을 살아낼 수가 있을까.


누군가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염두에 두지도 말고, 어떠한 과정도 고민할 필요 없이 오직 "내가 그것에 재미를 느끼는가." 이 한 가지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내지 못해도, 그 과정이 힘들고 지루해도 그"재미"가 다 이긴다.


나는 왜 생존을 물을 정도로 일상을 잠식당하며 두문불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명확해졌다.




사진출처 :유튜브 <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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