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면 공포는 사라지고 무아가 된다.
고소공포증으로 하늘 자전거도 무서워하던 제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다리를 건넌다고 생각하고
올라갔던 스페이스 워크.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도 모르고
깨방정을 떨고 있었답니다.
1시간 남짓 기대하며 기다리다
첫 발을 딛는 순간, 아 망했다는 직감이 왔어요.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재 구조물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을 만큼 무섭게 다가왔거든요.
시에나: 여보 난 안 되겠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내려가야 될 것 같아.
몽돌: 엄마는 겁쟁이네. 나는 하나도 안 무서운데.
시에나: 몽돌아.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대상이 다른 거야.
네가 밤에 혼자 있는 거 무서워하는 것처럼
엄마는 높은 곳이 무서운 거야.
남편: 여보 그럼 내려가 있어.
몽돌이는 내가 챙길게.
바닥도 못 보고 꽁꽁 언 손으로
차가운 금속 난간을 양 손으로 잡고
하늘만 보며 왔던 길을 돌아가던 순간,
무슨 용기가 났던 걸까요.
다시 방향을 바꾸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무서웠지만 ‘죽지 않을 거야.
이거 아직 만든 지 한 달이라 내구성이 괜찮을 거야.
여기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별일 없을 거야.
이 높이에선 떨어져도 죽지 않아’
이런 생각들을 끊임없는 하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리고 저는 남편 머리만 보며 걸었어요.
온전히 그곳에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없었지만
두려움을 마음에 품고서도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도전이라는 걸
늘 거창한 목표들만 생각하며
생활 속 제가 가지고 있던
소소한 한계들을 넘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큰 목표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인생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잖아요.
결국 내 시간을 채우는 것들은
이렇게 소소한 일상일 텐데
전 참 거창한 것만 보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몸은 적응을 했는지
처음의 거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무섭지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멈춰 있을 때에
공포는 극대화되지만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갈 땐
무아지경이 된다는 배움도 얻었습니다.
뭘 배우러 온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저에겐 22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영감을 준 하루가 되었습니다.
22년에는
일상 속 제가 가지고 있었던 세이프존을
하나씩 극복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잘 남겨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새해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