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에듀케이터의 업세이
취미가 무엇인가요?
저는 평소에 전시와 영화 보는 걸 즐기고, 사진 찍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미술관 에듀케이터입니다.
‘덕업 일치’란 말이 있다.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현재 나는 일과 취미가 꽤 일치된 상태이다. 미술관 에듀케이터로 일한 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 들었다. 일과 업무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좋은’ 에듀케이터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글은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성장기이자 업세이이다. 미술관에서 미술관 에듀케이터로 미술관 교육을 하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과 고민 그리고 문화예술에서 얻은 의미와 가치, 경험했던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의 첫 직업이 미술관 에듀케이터는 아니었다.
어쩌다 나는 미술관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미술관에는 다양한 업무들이 있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학예사 혹은 큐레이터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종종 보이는 역할이라 예전보다 많이 익숙한 직업이 되었다. 학예사는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기획하고, 그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한다. 그 기획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라는 결과물로 보여준다. 기존에 만들어진 작품을 선택할 수도 아니면 새로운 작품을 작가와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미술관 에듀케이터라는 직업은 아직은 낯설다. 미술관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함께 진행된다. 미술관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관리하는 사람이다. 또한 관람객들이 전시와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감상을 도와주는 *교구재와 같은 활동지, 감상 자료도 개발한다.
*교구재 : 가르치거나 학습하는 데 쓰이는 여러 가지 재료
나는 어렸을 때 특기/취미를 적어야 되는 일이 있으면 일관되게 ‘그림 그리기’를 적었었다. 교실 뒤에는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선정된 나의 포스터가 걸려있기도 했고, 때론 내가 그린 그림과 내가 적은 시가 함께 걸려 있었다. 목소리가 작고 소심했던 내가 유일하게 주목받는 때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처럼 나의 그리기 활동은 예술 고등학교와 예술 대학 준비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예고는 불합격했고, 그 후 2년간 입시 미술을 하며 예술대학, 한국화 학과 합격증을 손에 넣게 된다. 그렇게 약 4년 간 예고와 예술대학 합격을 위한 입시 미술을 했다. 아그리파, 비너스 등 석고상을 묘사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똑같이 그려내는 훈련을 반복했다. 대학 입학 후 내가 받은 예술교육은 입시 미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형화된 수업을 들었고, 4년간 학부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졸업 작품을 걸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였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그림, 사진, 글은 나를 드러내는 표현 수단이었다. 나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춤, 노래, 웅변보다 내가 그린 그림, 찍은 사진, 쓴 글로 나를 드러내고 대신하는 것이 더 편안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한편에는 입시제도에 따른 입시미술을 비롯한 예술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과 반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교육'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전적 정의이다. 참 거창하고 거대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행위에 막연히 큰 책임감과 부담감에 선뜻 교육과 관련된 직종을 선택하기 망설였다. 우회하여 전시장 스태프와 도슨트를 경험했다. 전시장의 스태프는 출근해서 작품을 비춰주는 조명을 켜고, 작품 옆에 서서 관람객과 작품을 보호하고, 관람객의 동선을 살폈다. 도슨트로 활동할 때는 관람객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도슨트는 미술관에서 관람객과 가장 가깝게 관계를 맺고, 관람객에게 있어서 도슨트는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전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슨트는 한 작품, 한 작품을 깊이 연구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설명해야 하기에 스크립트를 수없이 수정하며 문장을 다듬고 익힌다. 준비 과정에서 한 예술가에 대해 깊이 알게 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전시장에 가면 다양한 생각들이 다양한 표현 방식과 작품으로 존재하고 미술관은 다름이라는 가치가 부각되는 장소였다. 미술관이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 그리고 미술관이 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도슨트 이후 문화예술 프로젝트 어시스턴트, 출판 기획자, 프리랜서 에디터, 전시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역할들을 경험하며, '미술관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꾸준히 했다. 보통 미술관하면 학예사를 떠올릴 테다. 나 또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관람객과 문화예술의 사이를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미술관 에듀케이터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