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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야채 Dec 11. 2023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드라마 대본 모니터링

<소년시대> 원제는 <와호장룡>이었다.

모니터링 같이하는 동료작가분들은 모두 유치하다는 반응이었는데

난 이 드라마가 대박이 날거라 예감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모든 코드가 다 녹아져 있었다.


최약캐의 성장물, 액션물, 그리고 적절한 비율의 코믹요소까지.

이 드라마가 안통한다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소년시대(원제: 와호장룡)> 1화~6화 대본을 읽고 난 후의 감상글이다.




춤바람 난 아버지의 야반도주로 생판 새로운 지역으로 전학 오게 된 병태. 그것도 거칠기로 소문난 농고다. 어딜가나 축구공처럼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길 바빴던 병태는 전학 전날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 우연히 자전거를 타다 한 소년을 들이받는다. 그는 다름 아닌 아산백호 정경태. 그렇게 경태는 기억을 잃게 되고, 병태는 호랑이 없는 부여농고에서 우연히 얻어걸려 언감생신 ‘짱'의 자리에 오른다. 누구나 선망하는 학교 ‘짱’의 자리는 달콤하기 그지 없다. 소문난 퀸카 선화와도 썸을 타보고, 전교회장에 출마해 폭력을 없애겠다는 다부진 공약도 내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치료를 받은 경태가 돌아오고, 기억을 차츰 찾아나가며 병태는 다시 밑바닥 서열로 곤두박질친다. 


<와호장룡>은 장점이 많은 대본이다. 가장 큰 장점은 코믹함이다. 불법 댄스교습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도주를 하게 되어 찌질이 병태의 운명이 급격하게 뒤바뀐다는 것, 그런 병태가 우연히 경태와 사고가 나 경태는 기억을 잃고, 경태 없는 부여농고에 아산백호 행세를 하게 된다는 것, 그러다 모든 거짓말이 들통나 과거의 찌질이 병태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 등등의 코믹한 스토리 설정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자연스러운 전개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발휘하는 힘이라 여겨진다.


<와호장룡> 속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모두 살아있다.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주인공 병태다. 병태는

나약하고 잘난 구석 하나 없는 주인공이다. 어쩌다 얼결에 오른 ‘짱'의 자리에서도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교내 학교폭력과 현금갈취를 없애겠다는 포부를 갖는다. 친구들에게 돈을 뺏지 않고 스스로 벌기 위해 밭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좋아하는 여자친구 선화 앞에서 허세를 피우다가 경태에게 잔인할 정도로 보복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았던 과거를 인정하고 뉘우친다. 


병태의 모습에서 한 소년의 성장통이 느껴진다. 강성하기만 했던 기존 드라마나 영화의 남자주인공에서 탈피해, 유연하고 소통 가능한 병태라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돋보인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부여농고는 억압적 폭력과 명령이 지배하는 남자들의 세계다. 그런 세계에 새롭게 등장한 병태의 합리적이고 소프트한 리더십은 부여농고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대중들이 기다려왔던 리더십일 것이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려왔던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성을 벗어나 2020년대에는 병태 캐릭터가 새로운 대안과 트렌드가 될 수 도 있을거라 여겨진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 세계에선 이미 그런 소프트 파워를 지닌 남성 캐릭터가 주류로 자리잡은지 꽤 오래다.


그밖에도 이 작품은 유명 작품들을 오마쥬, 패러디한 장면이라던가, 80년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중문화,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 성장을 그려내는 등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코드들이 굉장히 많다. 나이가 적건 많건 이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과하지 않은 유머코드에 모든 시청자들이 소소하게 웃음지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1980년대를 무거운 혼돈과 폭력의 시대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물론 작가도 기획의도에서 언급했듯 198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폭력이 가장 난무했던 시기다. 군부독재와 민주화의 열망이 대치하고 있어 어떤 때보다 아노미 현상이 심했던 시대. 폭력이 난무한 이런 시대에 찌질이 장병태가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발버둥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 거대 권력을 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 그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선 지식인 대학생 등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평범하고 소소한 삶에서도 치열한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에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새 움직이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들도 모두가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춤바람이 나 몇번을 도주해놓고도 불법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 곁에서 억척스럽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되게 일하는 어머니. 친일파 조상을 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며 늘 놀림 대상이 되는 박상교. 짱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눈치보며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를 일삼는 똘마니 캐릭터들 등등. 병태를 둘러싼 모든 캐릭터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우리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지어진다. 작가의 애정어린 눈으로 이들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음 회차의 내용과 결말이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구수한 사투리에 녹여낸 한 소년의 생존투쟁이 담긴 <와호장룡>은 마치 청소년판 <동백꽃 필 무렵>처럼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인기를 끌기에 충분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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