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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ul 31. 2024

정 많은 아이. 쪼물딱(2)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힘든 건 연필을 잡으면 3초를 견디지 못하고 허공을 주시하거나, 의미 없는 말을 혼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학문제를 40분 동안 10문제 해결하지 못하, 진도를 나가지 못해 제 자리만 맴맴 돈다.


내 고시절, 수학을 정말 못해 정석문제집을 아예 외워 숫자를 대입시켜 풀었던 기억이 남아서인지 수학을 저, 그리고 국어를 해결하는 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국어는 듣, 읽기, 독해력을 길러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전혀 되지 않아 2학년은 동화를 들려주고 내용을 정리하는 쪽으로 했다.


쪼물딱은 동화를 듣는 것보다 질문을 많이 했다.

궁금해서가 아니라 미리 대답을 정해놓고 그 대답을 못하면 그거 보라는 듯 알려주기까지 했다. ㅎ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질문은 유툽에서 본 내용이나 즉흥적인 게 대부분이다.

연필은 먹는 거예요? 아니.

 검은 건 뭐예요? 흑심.

흑심은 뭐예요? 먹는 거예요? 먹으면 죽어요? 영어로 뭐라고 해요?...

그렇게 대답은 안 듣고 또 다른 질문을 계속해 대니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래서 궁리한 게 동화 들려주기인데 듣기 싫다고 하는 걸 나도 듣든 말든 해줬더니 나중엔 귀를 쫑긋했다.


'청개구리'얘기를 해줬더니 갑자기 내 손을 잡고는 선생님도 죽어요? 묻는다.

죽지 마요. 말 잘 들으면 안 죽어요?

응응

말 잘 듣고 있어요?

하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이런~~ 그리고 연필 잡으면 다시 5초를 못 넘긴다.


이후 툭하면

엄마도 죽어요? 아빠도 죽어요? 할머니도 죽어요?

알고 보니 쪼물딱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본 적이 있어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해 보였다.

기. 승. 전. 걸 = 

죽음 =  말 잘 들어야 안 죽다.

말 잘 듣는다 = 10초를 못 넘긴다.


하지만 복도에서 만나면 달려와 냅다 안기는 아이,

방학이니 끝나고 만나자며  손을 흔드는 아이. 

화장실까지 쫒아와 '선생님~~~'하고 부르는 아이.


방학이 시작된 지 3일밖에 돠지 않았지만 동그란 눈이 넘 진지하기만 한 쪼물딱이 벌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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