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쓰려고 학교에 들렀을 때 교장샘이하 교감샘, 담당샘과 심지어 돌봄샘까지 5학년 a에 대해 정보를 주며 주의를 하라고 했다.
알고 보니 a는 분노조절을 못하고 툭하면 동급생은 물론6학년 선배까지 두들겨 패서 학폭이 여러 번 열렸고, 그때마다 보호자인 할머니가 제발 이 학교에서 졸업만 시켜달라고 애걸복걸해서 덮어가곤 했단다.
현재 분노조절과 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고, 일 주에 한번 상담교사가 와서 상담을 하고 가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 같아 학교에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여섯 명 아이 중 정식진단이 두 명(분노조절과 우울증, 정신지체), adhn 증세 한 명(저학년이라 아직 정식진단 아니지만 거의 95%), 무기력과 입꼭 한 명, 경계성 adhn 한 명, 모범생 한 명 ㅡ 심리학전공인 내 관찰과 전 담임, 현담임의 의견을 받아 정리한 내용이다.
다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중 a는 3학년 때 교사에게 막말과 위협행동을 해서 중간에 담임이 바뀐 적도 있단다.
들은 얘기로는
네가 그러고도 선생이야?, c발 죽여버리고 싶다. 등의 폭언은 예사이고 교사의 정강이를 걷어찬 게 3학년 때라고 했다. ㅎㄷㄷ tv에서 본 교권침해가 눈앞 현실로 나타난 것 같다.
학교에서는 강사에게 일어날 잠재적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더구나 같은 보충을 듣는 b와는 앙숙인 데다, b는 정신지체 진단까지 받은 상황이란다.
평소 a의 폭력에 b의 부모는 학폭도 요구하고, 학교에 와서 한바탕 해댔지만, 보호자인 a의 할머니가 싹 싹 빌어 넘어가곤 했지만 b의 부모는 지금 벼르고 있다고 했다.
첩첩산중 같은 상황이지만 시골이라 한 학년에 한학급에 밖에 없고, 문제가 일어나도 졸업 때까지 계속 같은 반이 된다는 것이고, 더구나 5학년은 남자아이가 세명밖에 없어 둘이 친하게 지내면 한 명은 은따가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였다.
c를 사이에 두고 a는 b를 견제하는 터라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데 보충까지 나란히 받는다니...
책상 3개를 삼발이 형태로 a와 b사이에 끼어 수업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마주 보면 b에게 "눈깔 깔아"하면서 윽박지르고, b는 b대로 입이 툭 튀어나오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어쩔 수 없었다.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했지만 a와의 관계개선도 중요했다.
담임에게 들은 것은 a의 부모는 어릴 때 이혼을 했고, 아버지는 재혼을 해서 세 명의 동생을 두고 있단다.
폭력으로 감옥에 갔다 왔으며 전신이 문신인 무서운 사람이라며, 새엄마는 a와 18살 차이라고 했다.
a에게 들은 얘기는 새엄마가 꾸짖으면 그때마다 아버지가 때려서 무섭다고 했다.
가끔씩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오면 용돈을 타 오는 듯했고, 동생의 재롱을 휴대폰에 담아 오기도 했지만 친엄마 얘기는 한 번도 입밖에 꺼낸 적이 없다.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얘기는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할머니에 대한 효도를 하고 싶다는 착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세 명의 친고모가 할머니댁에 도움을 주고 있었으며, a도 그런 고모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듯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교사든, 동급생이든, 6학년 선배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툭하면 폭력을 쓴다는 것이다.
처음엔 a와 b, 둘만 티격태격하는 듯하더니 몇 번의 수업이 시작되자 a는 내게도 본색을 드러냈다.
방과 후 강사에겐 " 선생도 아닌 게... 원숭이 같아. c발" 하고 막말을 할 때마다 방과 후 강사는 교감샘에게 쫓아와 당황해하며 어찌하오리까 하지만, 난 a가 난리를 쳐도 교감샘에게 말하지 않았다.
마음씨 좋은 교장샘은 내년이 정년퇴직이라니 학교에서 큰 소리 안 나고 조용하길 바랄 테고, 교감샘은 아이를 불러 사정얘기를 물어보면 a는 제 입장에서 교사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만 쏟아내니 그럴 때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대화가 끝나면 여지없이 아이 손에 과자를 들려 보내니... a는 습관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정말 분노조절을 못한다면 앞. 뒤 가리지 못하고 표현해야 할 텐데 아버지 앞에선 얻어맞을까 봐 그런 행동을 못하다고 말한 적이 있으니, 사람을 가려가며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은 진단을 받았어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a가 내게 화를 내는 이유는 대부분 3가지 중 하나였다.
ㅡ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안 좋으니 힐링 할 시간(자유시간)을 달라고 우기든가.
ㅡ 수업을 하기 싫으니 5분 일찍 끝내 달라 조르든가
ㅡ 그도 아니면 그날 진도를 제 멋대로 정해놓고 거기까지만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2주가 지냈을 때 a는 폭발을 하고 말았다.
떼를 쓰는 걸 못 들은 척 수업을 진행했더니 험악한 얼굴로 연필을 뿌러뜨리며 문제집을 찢고 악을 쓰며 울어댔다. 심지어는 책상을 주먹으로 치는 행위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때부터 a와의 탐색전은 끝났고 기선제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날그날 수업을 받는 아이들에 대한 일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