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 언닌 그래도 대학 물도 먹고 잘난 남편도 만났었네~.
50대로 보이는 깡마른 아줌마가 동그란 입술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손가락 사이에 있던 담배를 톡 톡치며 운을 뗐다. 짝짝거리며 씹는 껌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난 말이야.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구석에 태어나 중학교도 간신히 다녔어. 우라질~
하늘아래 몽뚱이 하나뿐 이라구. 나 하나 없어져도 울어줄 남편도 없고 애새끼도 없어.
아버지가 어부였는데 동생이 줄줄이 다섯 명인 집의 맏이였던 거야.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했지. 그래서 서울에 사는 이모 집에 더부살이하며 야간고등학교가 있는 공장에 다녔어. 이래 봬도 고졸이야~~ㅋ
첨엔 아무것도 몰라 눈치도 엄청 받았어. 완성된 쉐터를 브러시로 살살 훑어주면 복실거리는 털 쉐터로 변신하는 게 신기했는데 힘 조절이 안 돼 박박 긁었다가 빵꾸가 나서 반장한테 숱하게 혼났지만 그래도 월급 탈 생각에 버텼지.
이종사촌들은 나랑 있는 게 싫은지 뭘 물어봐도 못 들은 체할 때는 속상하면서 어쩔 땐 한 대 갈겨주고 싶더라고. 아버지는 나를 맡긴 죄로 이모 네에 미안해서 철마다 해산물을 보내주셨는데 보내온 건 잘 처먹으면서 말이야.
동트면 출근해서 잔업까지 해야 하는 생활이지만 내가 번 돈이 부모님께 큰 보탬이 되니 나름 보람도 있었거든. 근데 아랫것들은 고마운 줄 모르더라구. 아버지니까 당연히 학교 보내주구 뒷바라지한다고 생각하지, 언니가 밤 잠 못 자고 개고생 해서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동생들은 지 혼자 큰 줄 알고.. 집 일은 내가 다 하는 줄 알아. ㅋ. 그게 맏이의 숙명 같은 거니 어쩌겠어.
열심히 생활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만 먹구 동생들은 대학도 가고 가정도 일궜는데 난 여전히 공장에서 맴맴거리고 있더라구.
그래도 고향에 혼자 있는 아버지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어. 나이 들어 어부일도 못 하니 남의 그물을 손 봐주거나 생선을 손질해 주지만 그게 뭔 돈이 되겠어.
환기도 안 되는 지하 형광등아래서 일하니까 눈도 침침해지고 폐도 안 좋아서 기침을 달고 살았어.
그런데도 담배를 피우냐는 질문엔 피식 웃으며 담배는 신이 주신 유일한 선물이라며 끊을 생각도, 끊고 싶은 생각도 없었단다. 그리곤 되묻는다. 빗물에 젖은 담배꽁초를 피워본 적이 있느냐고.
동글동글 담배연기를 퐁퐁 뿜어대더니 자지러지게 기침을 해댄다.
쉐터공장에서 남편을 만났지.
여자처럼 곱상하고 피부도 하얘서 내가 먼저 좋아했나 봐. 세 살 아래라 첨엔 동생대하 듯했는데 언제부턴가 남자로 보이더라구. 암튼 내가 더 적극적이었어.
그 사람은 부모ㆍ 형제 얘기를 안 해 궁금했는데 보육원서 자라 부모 얼굴도 모른대.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어.
결혼 식도 때려치우고 아버지한테 인사드리고 그렇게 살림을 시작했어.
반 지하 방이라 여름 장마철이면 비가 새서 벽지가 축축해지구 곰팡이가 생겼지만 나름 행복했어.
나이는 어려도 심성이 착해 남에게 듣기 싫은 말도 못 하구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했거든.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때려잡는 나 하곤 정반대였지.
여자는 신이 나서 허공 중에 손바닥을 쳐대며 말을 이어갔다.
바퀴벌레는 숨통을 끊어야지 안 그럼 죽지 않는다며...
한 이태 살았나? 자식새끼도 없이 그 사람이 떠났어.
공장에서 물건을 꺼내다 기계 밸브하고 같이 돌아버린 거야. 119가 왔는데 심정 지래. 심장이 멈췄으니 결국 죽었다는 얘기아녀? 병원으로 옮기기도 전에 사망했다고 하더라구.
여자는 코를 킁 풀어대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구???
난 그런 말 안 믿어. 파리 한 마리 못 잡고 남한테 듣기 싫은 말 한마디 않던 사람을 그렇게 데려가다니... 저승사자는 눈이 삐었나 봐.
성인 대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때론 19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