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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보결 교사 학교근무 1일 차

첫 학교, 5학년

by 블랙홀

첫 근무학교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학교로 30여 학급에, 근무자는 교사 포함 70~80여 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알려주지 않아도 처음 교무실에 가서 왔노라고 인사를 하고 교실로 가는 게 순서라서 나도 그렇게 했지만 매 번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침활동 시간인 8시 30분, 늦어도 8시 40분 까지는 출근해야 하는데 한 학교만이 아닌 낯선 곳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아침활동 시간에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암튼 가장 많이 출장을 나갔던 그 학교는 70여 명이 넘는 직원 중 하루 평균 3~4명, 많으면 5~6명 정도 병가 내지는 연가를 낸다고 했다. 규모가 커서 2인 교감이 필요했지만 1인 교감이라서인지, 교감 샘의 아침 시간은 나보다 더 바쁜 것 같아 그다음부터는 패스하고 지났다.


그래서 연속 가거나 아니면 근무했던 곳이라면 곧바로 교실로 간다음 교내 메신저를 통해 '근무 잘하고 있다.'라고 전 하는 것으로 시작과 마무리를 했다.



순회교사로 만난 첫 학년은 5학년, 학급인원 26명. 총 5 학급이란다.


예비군 훈련을 간 샘 대신 수업을 하게 되었다.

잊히지 않는 건 아침활동시간에 얼마나 떠들어 대는지 '하~이~'하고 질러 댄 내 목소리는 금방 아이들 목소리에 묻혀 내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그리곤 또 한 번 격세지감 한 현실에 당황했다.

교사들은 이미 여름방학 중에 연수를 받아 알고 있었지만 방학 중 교체했다는 전자칠판을 활용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매기 시작했다.


분필칠판은 아니더라도 화이트보드 칠판은 있을 줄 알았는데 양 싸이드에 있긴 했지만 주로 알림판 내지는 학생작품을 덕지덕지 붙여놔 여백이 없었다.


루틴처럼 만나는 첫날, 첫 시간은 시간표와 상관없이 내 소개를 하고, 아이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내용으로 래포형성 시간으로 잡는 건 효과가 좋았다.


아이들에겐 교육청 소송이란 명패를 착용하니 아마도 교육청이 학교보다는 높다고 생각해서인지 고분고분했다.

문제라면 그 효과는 이틀까지만 효과가 있고, 삼일 째부터는 도루묵이 돼 버려 그에 비례해 내 목소리는 점 점 더 커져만 갔다.


26명이 넘는 아이들은 고학년이라 덩치도 나보다 컸고 목소리도 컸다.

하루 수업을 마치고 나서 목이 그만 가버렸다.


그래서 교육청 담당자에게 수업 중 사용할 무선마이크를 사달라고 했다. 사실 현장에서도 대부분 담임들이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급식실과 화장실 가는 외엔 쉬는 시간에도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훑어보며 아이들을 파악한다. 누가 누가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첫날이라 급직실과 정수기, 화장실도 몰라 아이들에게 알려달라 했고, 그들은 친절하게 알려줬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선 큰 소리를 낼 필요도 없지만 교실현장은 마치 럭비공처럼 튀는 아이들만 있어 내 맘대로 다루기엔 벅 찼고, 그 걸 그냥 지나갈 나도 아니었기에 쉽지 않았다.


하루는 쏜쌀같이 지났고 광란과 같던 수업이 끝나 텅 빈 교실에서 다음 날 갈 학교의 홈피에 들어가 학교동태를 파악하고 몇 학년인지, 학생은 몇 명인지, 전담은 어떤 과목을 지도하는지 파악하곤 한다.


원래 교육청에서는 수업요청 시 담당자가 수업 활동계획서를 받고 내게 넘겨주는 원칙으로 공문을 보냈지만, 난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넣어 달라도 요청했다.

컴부팅 비번과 교과목 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과목별로 적어 메신저로 보내든가 아님 책상 모니터 아래 두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안 알려주고 가는 샘 들이 30%는 되는 결 보면서 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최애 과목인 사회는 하루 종일 교과서 없이도 가르칠 수 있었지만 수학은 고학년일수록 도형 부분에서 막혀 쩔쩔매곤 해서 교사를 위한 온라인프로그램은 필수였다.


특히 음악전담이 없으면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체르니 40번까지 쳤지만 가장 기본인 다장조, 바장조, 사장조 외엔 아는 게 없었고 올겐이 있는 학교는 20%도 되지 않았다. 요즘은 모두 온라인으로 교육을 시키니...... 리듬도 가르치기 힘들고 따라 부르기도 없으니 감상으로 대체해야 했다.


담임은 보결담당에게 미안해서인지 대부분 해당 과목 평가문제를 친절하게 준비해 놓고 갔지만...... 문제는 정답지를 마련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정답을 맞혀볼 수 없으니 있으나 마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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