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육조직의 거대한 카르텔

by 블랙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육의 구심점은 학생과 교사라고 생각했다. 교육 = 학교= 교사+학생.


지금도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저 방정식이 최고의 핵심이라고 대답하는 이가 99% 이고 30여 년 이상을 그 바닥에서 지낸 나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이드정도로 기억하는 교육행정 조직은 커져도 너무 커져 이젠 그 힘을 조절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적어도 내가 교육청에 근무할 때까진 몰랐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면 사실 그 직무를 다하는 셈이다. 저출산으로 폐교되는 학교가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교대정원을 조절하고 교사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런 현실과 무관하게 교육행정직은 자꾸만 늘어나고 조직도 거대해지고 있었다.


4층 건물의 교육청에서 교사들과 직접 관련 있는 장학사들과 파견교사들이 있는 사무실은 달랑 3곳이고, 그 외는 행정직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학교 감사도 행정직들이 나가서 하고 재정지원 선정도 행정직들이 한다.

도 교육청에도 족히 70~80% 이상은 행정직이 포진하고 있고 지역교육정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파워 있는 이는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교육계도 그렇다.


학교의 낡은 물품을 바꾸려 해도 새로 장만하려 해도 최종 지출은 행정실 또는 지역교육정에서 결재를 받고 있다.


푼 돈은 행정실에서 카드를 받아 사용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되지만 몇 천에서 몇 억 단위의 큰돈은 교육청에서 수의계약을 하든 아님 입찰을 통 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공사를 한다니까 하나보다, 수리를 한다니까 그런가 보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한 호수처럼 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지만 정작 학교의 교사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관심도 없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며칠만 근무해 보면 그들은 교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교사들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편하지만 내색하지 않다가 끼리끼리 있으면 작게 속닥거렸다. '왜 저래~'

같은 곳을 향해가고 있지만 방법이 달라서일까??


14년 전 느꼈던 감정이 14년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음이 풀리지 않는 매듭 같아 어려웠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교사와 행정직끼리 결혼하는 예도 숱하게 봐왔지만 말이다.



교육청과 행정실과는 교차근무를 한다. 교사들은 행정실 근무하는 행정직과는 말을 섞을 이유도 필요도 없이 학급과 아이들에게 신경 쓰면 그만이지만ㅡㅡㅡ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학교의 모든 재정과 시설유지, 학급에 쓰이는 단돈 만원도 행정실을 거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모두 꿰뚫어 보고 있다.

1학년 1반 담임은 어떤 사람이고 6학년 1반 교사는 어떤 사람인지.


대부분의 교사들은 대학을 나오고 임용고시를 거쳐야 하지만 운 좋은 사람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시험에 합격하면 행정직으로 나올 수 있기는 하다.


요즘은 승진을 위해 박사출신 행정직도 많으니 다만 서로의 출발선이 다르고 목적지가 달라서 겉도는지는 모르다.


교사들은 교육부관할 도교육청을 통해 월급을 받지만, 행정실에서 승인하지 않는 돈은 1원도 없으니 적당한 타협이 없다면 순탄하게 굴러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감은 선출직이지만 부교육감은 행정직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그뿐인가? 행정실, 지역교육청, 도교육청, 교육부는 태반이 행정직 근무자들이고 대학에도 행정직은 있어 갈 곳은 많고 할 일도 많다.


반면 교사는초임에서 정년까지 바라보는 곳은 학교뿐이다.

최고 자리는 교육장(이 자리는 초등과 중등이 피 튀겨야 갈 수 있는), 아니면 대부분 학교당 한자리인 뿐인 교장이나 장학직정도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있어야 존재하지만, 돈 줄을 쥐고 있는 건 행정직이니, 미묘한 고부간 이라고나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6급이나 7급 행정실장은 9급 교육청 직원에게 감사를 받고, 순환근무를 하면 그 위치만 바뀌는 셈이다. 그래서 특별히 반기를 드는 이가 있을 수 없고 매끄럽게 굴러간다고 본다.


각자의 교실에서 콕하고 나 홀로 지내는 교사들보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보듬어주는 행정직들이 부럽다.




이 글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학교와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보고 느낀 점을 적은 뿐이니 편파적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