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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
교직의 특수성과 교사
by
블랙홀
Sep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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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아저씨들 동창모임에서 서로 의견을 좁히지 못해 다툼이 일어났고, 그중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자동차키를 빼앗아 풀 숲에 던져버렸고, 결국 모임이 파토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곁들여 싸운 친구는 교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건 개인의 성정이지 직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옹호해야 했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금방 직업을 알아챈다. 퇴직을 한지 꽤 됐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뜨끔해지곤 한다. 뭘 보고 그러지??? 내가 뭘 어쨌다구??
특히 초등교사는 특유의 버릇이 있다고 한다.
결론을 말하기 전에 장황하게 사설을 늘어놓는다든지.
의견이 다르면 yes 할 때까지 조곤조곤 이해를 시키려 하든지.
목소리 톤이 일관적이지 않고 고저가 있고 사근사근 얘기하든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한다든지.
같은 말을 반복한다든지......
교사들은 학교를 옮겨도 하루 일과는 매일이 똑같고
,
똑같은 일이 10년이든 20년이든 도돌이표처럼 돌아간다.
교감으로 승진해야 비로소 수업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만, 그 많은 학교가 있어도 교감은 한 자리뿐라서 생각보다 평교사로 퇴직하는 이들이 승진하는이 보다 몇곱이나 많다.
그러니 직업병이 안 생기면 더 이상하다.
주차장에서 곧바로 교실로 출근하고, 수업하고, 수업이 끝나면 20평 정도의 교실에서 다음 날 수업준비를 하든가 나이스 일 처리를 하다 시간이 되면 곧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퇴근한다.
출근했다고 눈도장을 찍어야 할 이유가 없는 독립적 직장인 셈이다.
일을 잘못하면 경력자에게 한 소리 듣겠지만 수업을 하는 방법엔 딱히 왕도가 없으니 모로 가도 서울을 가면 돼 듯 수업목표만 이루면 된다.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둔다면 상사아닌 상사아버지라도 '수업 침해권'으로 고소를 당 할 수 있으니 그만큼 독립적인 권한을 갖는 셈이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하는 교직생활을 오래 할수록 자칫 융통성부족,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본다.
교실이란 공간은 교사에게 절대적인 울타리이자 근무터이자 성역인 셈이다.
같은 동료나 상사라도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아파트와 같은 개념으로 구분되었다고 보면 된다.
예전 학생이 많을 땐 20~21평으로 평수를 나누었지만, 학생 수가 줄어버린 요즘은 그 공간을 나누어 방과 후 교실이나 특별실로 사용해 실 교실은 13평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딱히 정해진 건 없다. 학생수와 학생의 움직임을 사물함 배치 등을 고려한 빈 공간, 책상이나 칠판과의 거리유지 등 등을 고려해 학교실정에 맞게 가벽을 세워 쪼개쓸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교무회의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사무적인 일이 아니면 다른 반을 찾는 건 가능하면 서로 절제하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이에게 방해받기 싫으니 상대방에게도 그런 셈이다.
노크를 하면 "네~~~ 무슨 일이세요? 뭔 일 생겼나요?"
당연히 용건이 있어 왔을 거라고 물어보니 할 말이 있어도 쏙 들어간다.
하교시키고 퇴근 때까지 오롯이 교사만 남는 빈 교실에서의 활동은 말 그대로 교사 맘이다. 그 생활에 익숙해져 관심 있게 뉴스나 시사거리를 챙겨보지 않으면 사회의 흐름을 전혀 알지 못한다.
교사들의 관심은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하고, 말썽인 아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빨간 날이 언제고, 방학이 언제인지에 더 신경을 쓴다.
학년회의나 정보교환을 할 때 모여도 차 한잔을 마시면 후다닥 자신의 학급으로 돌아가곤 한다. 수다라도 떨면 큰일 나는 것처럼.
1 학급 밖에 없는 곳은 학년연구실도 없으니 교실에서 종일 맴맴거리는 게 일상이다. 지극히 폐쇄적인 집단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뭔가 툭 툭 걸리는 건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유창하게 말을 잘하고 대화를 리드하는 이도 있지만
yes와
no가
분명하고 얼굴빛도 자연스레 나타나니 사람들은 융통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도 없는 지금 교사들의 표현은 언어와 얼굴표정밖에 없으니 이해시키기 위해 말이 많아지는 셈이니 이 또한 직업병이다.
나도 집에서 말을 하면 아이들은 " 엄마. 그만. 결론만 얘기해" " 요점만 해요" 하며 흘려듣기 일쑤고, 남편은 "그래 너 잘났다." " 가르치려 드는 거야?" 하며 싸우자고 하니 자연 집에서도 입꾹이 된다.
그런데 짧은 시간이나마 교사들과 얘기를 하면 서로를 잘 이해해 주고 대화하는데 정말 아무런 걸림이 없는데, 왜 다른 이들과는 그렇지 못한가 고민스러운 때도 많았다.
30년차의 개인의 느낌과 판단이니 오해없으시
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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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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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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