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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과해원 Mar 30. 2016

5. 섬 여행의 맛

- 일본 사도섬 여행(1)

일본 사도섬 여행 1 - 아기자기하기도 하여라                       


국제적으로 농업 유산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그 땅의 특성에 맞게 그 땅에서 길러낸 농업 유산은 단순히 먹거리로서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그 땅의 사람들이 일구어낸 문화와 그들의 삶까지 이어가려는 노력들.

우리나라 또한 최근 전통 문화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GIHAS)의(1호 청산도 구들장논, 2호 제주도 밭담 등) 등재가 진행되었고, 국가 농어업유산 등재는 10여 곳이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유산 등재 후,  정말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시)에서 6월23~25일 열리는 2차 동아시아농업유산학회(ERAHS)에 세계중요농업유산 청산도 구들장논의 생태학적 가치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다녀왔다. 
이번 ERAHS에는 한국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를 비롯해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담양(대나무), 하동(녹차), 구례(산수유), 금산(인삼) 등이 참여했고, 중국·일본에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및 예비 지역 등 많은 관계지역이 참석했다. 
 

(사도가 섬(일본어: 佐渡島さどがしま 사도가시마[*])은 니가타 현 동해상에 있는 이다. 섬 전체가 니가타 현 사도 시에 속한다. 인구는 6만 9,546명(2005년 3월 1일 현재)이다.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 등 4개의 주요 섬들을 제외하면 오키나와 섬 다음으로 일본에서 면적이 2번째로 넓은 섬이며, 큰 일본 본토 4도에 딸린 섬으로는 가장 큰 섬이다. [1] 출처 : 위키백과) 

 


사도섬은 원래 에도시대 때에는 유배지로 이용되다가 근대에는 금광이 발견된 후 사람들이 몰려 산업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근대화가 진행된 후, 지금은 친환경 농업으로 '따오기쌀'을 생산하여 또 한번 섬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사도섬은 일본 사람들도 여행하기 쉽지 않은 섬이다. 보통 니가타 항에서 고속페리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멀리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섬 위에 구름이 덮혀있다. 섬 주변에만 구름이 있어 섬이 더욱 신비해 보인다.
 

섬으로 가는 동안 신비한 섬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데 페리선의 깜짝 배려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좌석 왼편에 작은 스피커를 내장하여 음향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좌석 하나에 쏟은 사람들의 배려에 더욱 감탄했다.
 

섬 안에 들어서서 놀란 것은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섬 안이 분지 형태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유배나, 농업 생산을 이유로 사람들이 모여살았던 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오래되어 보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있던 다다미방이다. 테이블 위에는 잘 닦여진 다기세트와 손수 쓰여진 간단한 메모, 팥앙금이 들어간 과자가 올려져있다. 창 밖으로 논밭이 펼쳐져 있어 내가 한국 농촌에 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기 다른 용도로 올려져있는 그릇과 그 안에는 아기자기한 음식들이 담겨 있다. 
심지어 밑에 사진은 주먹밥과 간단한 조림이 점심 식사로 나온 것인데 종이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자세히 보았더니 각 음식에 대한 그림으로 재료의 원산지와 사도섬 어디에서 오게된 음식인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가 간단하게 쓰여져 있었다.

아, 아기자기하게 일관성 있네! 감동감동*_*
 

같이 간 선배가 우리가 지난 여름 함께 조사했던 청산도 구들장논의 식생에 대한 발표를 했다. 발표 전 간단한 일본어로 아기자기하게 사도섬 사람들과 학회 참석자들에게 인사도 곁들여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밭담과 청산도 구들장논, 구례 산수유농업과 하동 녹차산업에 대한 소개도 준비했다.

그중 구들장논이 신기하다며 돌이 쌓인 위로 흙을 채우면 물이나 흙이 새어나오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우리 또한 일본에서 발표한 사토야마(일본 마을숲)와 전통 농업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사도섬의 논에 따오기가 살 수 있는 것은 따오기가 살 수 있게 사도섬의 농업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따오기가 살기 위해서는 따오기가 먹는 작은 곤충들이 자랄 수 있는 논의 환경과 따오기가 쉴 수 있는 주변의 숲까지 필요하다.
학회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농업유산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큰 맥락에서) 생각이 들었다.
좀 자세히 사도섬의 비결을 알아보아야 겠다.

 

과거를 품고 미래를 마주하는 힘. 그 힘은 큰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섬' 특유의 '아기자기'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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